2015년도 대학원 학위수여식 축사(2016년 3월 23일)

제26대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

오늘 교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실 2,113명 여러분, 석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56명 여러분, 법무박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35명 여러분, 박사 학위를 받으실 592명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위를 받으실 여러분 중에는 유학생도 302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계치를 보면 교토대학이 수여한 석사 학위는 74,355개, 석사 학위(전문직)는 1,389개, 법무박사 학위(전문직)는 1,859개, 박사 학위는 42,556개입니다. 참석하신 이사, 부학장, 연구과장, 학관장, 학사장, 교육부장, 연구소장을 비롯한 교직원 일동 모두 함께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토대학이 수여하는 석사와 박사 학위는 박사(문학)와 같이 각 전공 분야가 설정되어 있으며 총 23종에 이릅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여러분이 밤낮으로 절차탁마하며 역량을 갈고 닦아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을 저는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학위 수여는 여러분의 지금까지의 노력의 도달점이며 앞으로의 인생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오늘 수여된 학위가 앞으로 인생의 길을 열어 나가는 데 있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저는 총장에 취임한 이래 대학을 사회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창으로 삼는 WINDOW 구상을 제창해 왔습니다. 세상이 대학에 기대하는 교육, 연구, 사회공헌이라는 세 가지 역할 중 교육을 대학 전체의 공통 미션으로 삼고 전교 차원의 협력하에 유능한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의 역량을 키워 각자 활약할 수 있는 장으로 내보내 왔습니다. WINDOW 구상의 첫 글자 W는 WILD and WISE, 야생적이고 현명한 역량의 육성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세계의 급격한 움직임에 좌우되는 일 없이 독창적인 생각을 전파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여러분이 아무쪼록 그 모범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또 WINDOW 구상은 여성의 활약을 지원해 희망 있는 사회를 구축해 나가기를 주창하며 남녀 공동 참여 추진 액션 플랜을 제시했습니다. 오늘 학위를 받으신 여러분 중에는 718명의 여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수는 해마다 증가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살려 남녀가 차별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분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오늘 학위가 수여된 논문에 대한 보고서를 훑어보니 교토대학다운 보편적 현상에 착안한 다채롭고 심도 깊은 기초연구가 많다는 인상과 함께 오늘날 세계의 동향을 반영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글로벌화로 인한 이문화와의 교류, 다문화 공생, 사람의 이동과 물건의 유통, 지구 규모의 기후변화와 재해,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법과 경제의 재고찰, 마음의 병을 포함한 많은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등입니다. 대부분의 연구 주제는 제가 몸담은 학문 분야를 벗어난 것이라 제 이해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지만 그 중에도 제가 흥미를 느낀 논문을 몇 개 소개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공학연구과 다나카 고스케(田中皓介) 씨의 ‘공공사업을 둘러싼 보도와 여론에 대한 실천적 사회과학 연구’는 2차대전 후 일본의 공공사업을 둘러싼 신문 사설 논조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시간이 지날수록 비판적인 논조가 강해지고 2000년대에 절정을 맞았다가 2010년대에는 긍정적인 논조가 늘어났다고 지적합니다. 그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사 지시나 외부 압력보다는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무난한 기사를 대우해 주며 다양성보다는 알기 쉬운 기사를 쓰는 관습의 존재를 제시합니다. 지구환경학사 Sandra milena CARRASCO MANSILLA 씨의 ‘Post-disaster housing and resident-initiated modifications - Spontaneous housing modifications in disaster-induced resettlement sites in Cagayan de Oro, Philippines 재해 후의 주택 재건과 주민 주도 증개축 - 필리핀 카가얀데오로시의 재해 후 재정주 지구의 자발적인 증개축’은 2011년 태풍 와시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동 지구에서 실시된 재정주 프로젝트와 관련해 재건주택 건설 절차, 주민에 의한 증개축 실태를 조사하고 행정주체의 건설과 함께 NGO 지도에 따라 증개축을 실시함으로써 내구성, 내진성, 내풍성을 겸비한 수준 높은 증개축이 실현된다고 제언합니다. 아시아/아프리카지역연구연구과 사토 마리에(佐藤麻理絵) 씨의 ‘현대 중동의 난민 문제와 이슬람적 NGO – 난민 수용국 요르단 연구’는 현재 중동이 국민국가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생태적, 역사적 특질과 맞지 않는 의제적인 국가군이 생겨난 것이 분쟁과 전쟁 난민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불렀다고 지적합니다. 이 사실을 토대로 향후 난민 문제 대처에는 국제기구와 해당국을 보완하는 구미 계열 NGO와 이슬람적 NGO가 지닌 즉응적 대응력을 활용할 수 있는 유기적인 연계 구축이 필요하다 제언합니다. 논문 박사(농학) 야마바타 나오토(山端直人) 씨의 ‘집락 공동에 의한 야생동물 피해 대책의 다면적 효과에 관한 연구 –일본원숭이 피해 대책으로서의 집락에 의한 조직적 접근 차단 활동에 착안해-‘는 미에현 농업 집락을 대상으로 원숭이 행동권 조사 및 농가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조직적인 원숭이 접근 차단 상황을 파악하는 3개 지표(대목격 접근 차단률, 농가참여율, 예방적 접근 차단률)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집락 차원에서 접근 차단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집락 쪽이 피해 경감뿐 아니라 영농 의욕 향상 및 ‘집락의 힘’ 제고 등에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인간/환경학연구과 가부모토 지즈루(株本千鶴) 씨의 ‘”죽어가는 과정”의 현대적 변용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 -일본과 한국의 호스피스 <의료화>를 둘러싸고-‘는 서양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도입한 양국의 의료화 진행 상황을 전문화, 제도화, 상업화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이미 의료화가 진행 중인 일본에서는 의료인 외의 케어 종사자가 부족하며 초기 단계에 있는 한국에서는 호스피스 케어를 제공하는 다양한 비의료기관 종사자가 있습니다. 양국이 안고 있는 공통 문제는 호스피스 케어에 대한 환자와 가족의 니즈를 확인할 수 없는 점이며 그 원인 중 하나는 자기 결정이나 자율성의 원칙이 없는 데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논문들은 현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날카로운 분석의 칼로 해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제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적절한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제목만 봐도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져 내용을 읽고 싶어지는 논문과 제 이해력을 초월한 수많은 훌륭한 연구가 학위 논문으로 완성되어 있어 저는 그 다양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런 다양성과 창조성, 첨단성이야말로 앞으로의 세계를 바꾸는 사상과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연구란 지금 당장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뿐 아니라 후세에 커다란 힘을 발휘할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다이쇼 시대 말기부터 쇼와 시대에 걸쳐 류큐 문화를 연구한 가마쿠라 요시타로(鎌倉芳太郎)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가와현 출생으로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하고 23세에 미술교사로 오키나와에 건너간 가마쿠라는 오키나와 섬들을 정력적으로 돌면서 방대한 사료를 모으고 기록하며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게다가 60세를 맞고부터 오키나와의 전통 빈가타(紅型), 붉을 홍에 모형 형자를 써서 빈가타라고 읽는 오키나와의 전통 염색 기법인데, 이 빈가타의 형지 염색 작가로 창작 활동을 시작해 74세에 인간 국보가 되었습니다. 제가 감동받은 것은 그가 강한 집념으로 수집한 사료와 사진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슈리성 복원과 류큐 문화 부활에 큰 힘을 발휘한 부분입니다. 이는 가마쿠라가 슈리의 상층 무사계급 집에 하숙했던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이 오랜 가문 사람들 눈에 들어 가족같이 생활하던 가마쿠라는 슈리의 말과 문화를 배웠고, 이것이 나중에 슈리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귀중한 사료를 기록하고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잿더미가 된 슈리성을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 가마쿠라가 소중히 보관하던 유리건판이 슈리성과 여러 문화재를 정확하게 알려준 것이 슈리의 역사, 문화의 훌륭한 복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때 가마쿠라는 슈리 문화의 부활에 기여하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또 당시에 슈리 문화는 일본 본토 문화에 압도되어 사라져가고 있었으며 매력을 느껴 연구하려는 본토 학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가마쿠라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직접 눈으로 본 슈리 문화에 반해 그 미를 추구하고 이를 보존하려 열의를 쏟은 것이 시대의 거센 풍파에 휩쓸리던 중에 우연히도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입니다. 연구란 바로 그렇게 시대를 초월해 생각지도 못한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가마쿠라의 생애는 요나하라 게이(与那原恵) 씨의 ‘슈리성의 비탈길’이라는 책이 되어 2014년 가와이 하야오(河合隼雄) 학예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와이 선생님은 교토대학 이학부를 나와 오랫동안 교육학부에서 교편을 잡으시고 문화청 장관을 지내신 분입니다. 저명한 융 연구자로서 마음과 문화를 심도 있게 분석한 수많은 논고를 남기셨습니다. 요나하라 씨의 수상으로 이 두 사람이 만나 그 세계가 이어진 것을 저는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의 학위 논문도 나중에 또 다른 가치에 따라 높이 평가받을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여러분과 연구의 세계에 남으실 여러분이 앞으로 걸어갈 인생을 미래에 재조명해 줄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학위 논문은 미래 세대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며 여러분이 남기는 발자취는 다음 세대의 목표가 됩니다. 그 가치는 여러분이 연구자로서의 리터러시를 유지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과학자들의 부정 행위가 잇따름에 따라 사회로부터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교토대학에서 배양한 연구자로서의 자긍심과 경험을 살려 아무쪼록 찬란히 빛나는 인생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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