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대학원 입학식 축사 (2015년 4월 7일)

제26대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

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석사 과정 2,253명, 전문직 학위 과정 320명 박사(후기) 과정 943명 여러분, 입학 축하드립니다. 참석해 주신 이사, 부학장, 연구과장, 학관장, 학사장, 교육부장, 연구소장 및 교직원과 함께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 지금까지 여러분을 지원해 주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 드립니다.

이제 여러분은 학문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각 학문 분야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교토대학에는 다양한 학문 분야 대학원이 설치되어 있으며 총 23종의 학위가 수여됩니다. 18개 연구과, 14개 부설연구소, 17개 교육연구시설이 여러분의 배움을 지원합니다. 석사 과정에서는 강의를 듣고 실습과 필드워크를 통해 학부에서 배양한 기초 지식/전문 지식에 더해 더욱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갈고 닦는 것이 요구됩니다. 전문직 학위 과정에서는 강의 외에 실무 실습, 사례 연구, 현지 조사 등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로부터 배울 기회가 많아집니다. 박사 후기과정에서는 논문을 쓰는 것이 중심이 되어 이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선행 연구와의 비교 검토가 반드시 필요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연구 주제를 고안하고 (2)이를 위한 방법론을 확립해 (3)데이터를 수집하고 (4)이를 분석해 결과를 내서 (5)그 결과를 선행 연구와 대조해 의의를 찾아내고 학계 속에 그 발견과 생각의 가치를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길고 험한 여정입니다. 그러나 결코 고독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발견과 생각을 찾아냈을 때 주위에 이를 들어 줄 교수와 연구 동료들이 있을 터입니다. 독창적인 연구에 대해 모두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형태를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교토대학이 자랑하는 창의성과 첨단성의 원천입니다. 논문을 쓰기 위한 이 다섯 개 절차는 모두 다 중요하지만 아마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 데이터 수집일 것입니다. 문헌 연구여도, 사례 연구여도, 필드워크나 실험이어도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에 다들 온갖 고충을 겪습니다. 오랫동안 필드워크에 종사해 온 제 원칙은 ‘데이터가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원숭이건 고릴라건 새건 곤충이건 더 나아가서는 식물이나 무기물인 암석일지라도 연구 대상이 말해 주지 않는 한 좋은 데이터는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결코 독선적인 가정을 세워 예상대로 나온 결과만을 예측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자연 환경에서 원숭이의 생태를 관찰해 기록을 남기려 한다면 원숭이를 더 잘 보려고 먹이를 주거나 좇아 다녀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행동이 아닌 자연의 영향 아래 원숭이들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합니다. 연구 대상을 잘 파악하고 때로는 그 대상의 입장에 서서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손에 넣는 데 집중하셔야 합니다. 최근에는 데이터 변조나 표절 등 논문 제작과 관련된 수많은 부정 행위가 지적을 받으며 사회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연구 윤리를 지키며 독창성 높은 연구를 수행해 커다란 성과를 올려 주셨으면 합니다.

또 여러분은 앞으로 전문성 높은 연구의 길에 들어서게 될 텐데 이는 좁은 길을 따라 앞으로만 전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토대학에는 34개 유닛이 있으며 학제적으로 다양한 교육/연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과, 연구소, 연구센터가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니 아무쪼록 참여해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하고 창의성을 고양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또 박사 학위를 따고 실천적인 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딩 대학원 프로그램이 5개 분야에서 진행 중입니다. 교토대학 대학원 시슈칸(思修館), 글로벌 생존학 대학원 연계 프로그램, 충실한 건강장수사회를 구축하는 종합 의료 개발 리더 육성 프로그램, 디자인학 대학원 연계 프로그램, 영장류학/와일드라이프사이언스 리딩 대학원이 있으며 각각 연계 대학원이 지정되어 있으니 아무쪼록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일본에서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생이 산업계에 취직하기 어렵다고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정부도 기업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면서 박사 학위를 지닌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교토대학은 올해 국제과학이노베이션동을 신축했습니다. 이는 기업 약 40개사가 참가해 산관학이 하나의 지붕 아래 사업화를 목표로 연구 개발을 추진하는 거점입니다. 이 곳에서 대학, 산업, 국가, 지역을 초월한 산관학 연계 활동을 추진해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창조/전파해 나가려는 생각입니다. 이미 안녕하며 회복 가능한 도전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1)코드리스/에너지 절약형 전력 전송/에코 시스템 (2)안심 생활 센서 네트워크 (3)예방/선제 의료 (4)첨단 의료 등 4개 목표를 내걸고 공동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또 산학 협동 이노베이션 인재 육성 컨소시엄 사업의 일환으로 많은 기업들이 참가한 중장기 인턴십 및 매칭을 진행 중입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에 산업계 현장을 경험하고 자신의 역량과 연구 내용에 맞는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자 합니다.

또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 달라는 요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토대학도 수퍼 글로벌 대학 창성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재팬 게이트웨이 구상을 내걸고 해외 최고 수준 대학들과 복수학위 및 공동학위를 체결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교토대학은 런던, 하이델베르크, 방콕에 해외 거점을 두고 유럽과 아시아 대학들과의 연계를 강화시키고 있으며 북미와 아프리카에도 거점을 설치해 대학 간 교류의 장을 늘려갈 생각입니다. 또 이미 교토대학의 많은 부국들은 전 세계에 연구자 교류 네트워크 및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이들 거점을 활용하며 공동 연구 및 학생 교류를 촉진시켜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제고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처럼 교토대학은 교육과 연구 활동을 더욱 내실화해 학생 여러분이 안심하고 알찬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한 지원책으로 교토대학기금을 설립했습니다. 오늘도 가족 여러분께 이 기금에 대한 안내 자료를 나눠 드렸습니다. 입학 기념 특별 기획도 마련되어 있으니 아무쪼록 나눠드린 안내 자료를 봐 주시고 협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대학 연구를 산업계 발전으로 연계시키는 데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교토대학은 사회에 바로 도움이 되는 연구만을 장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배움과 새로운 발상에 의한 연구의 창출을 귀하게 여기는 전통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립민족학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하셨으며 민족학/문화인류학 분야에서 저명한 업적을 남기신 우메사오 다다오(梅棹忠夫) 교수님은 교토대학 이학부/이학연구과 출신입니다. 대학원 재학 중에 2차대전에 출병했으며 그 후 41세 때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학위 논문은 동물의 사회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학부 부속식물원 호수에서 올챙이를 잡아와 수조에 넣은 후 그 위에 대를 세워 16mm 촬영기로 한 프레임씩 촬영했습니다. 그 필름을 쌍안현미경으로 관찰해 올챙이끼리의 상호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만약 올챙이가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면 그 분포는 이항정리를 따를 것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만약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 부분이 그들의 사회성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관찰된 차이를 수식에 적용해 Polya‐Eggenberger식에 포함된 파라미터를 이용해 지표를 작성했습니다. 이른바 동물수리사회학을 탄생시키고 학위를 취득한 것입니다. 같은 시기에 우메사오 교수님은 ‘문명의 생태사관’이라는 구상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아프가니스탄과 인도를 횡단 여행하며 이슬람 문명과 힌두 문명을 접하고 아시아와 서양 사이에 위치한 ‘중양(中洋)’이라 불러야 할 거대 문명 세계를 발견한 것이 토대가 되었습니다. 일본 문명은 그러한 중양의 문명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이며 오히려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쪽 끝에 위치하는 유럽 문명과 동질적인 특징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문명은 군사 봉건제를 경험하고 혁명을 거쳐 근대 사회가 되었으며 중산 계급의 대두라는 단계를 거쳤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며 이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의 생태학적 구조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희귀하고 장대한 이론은 우메사오 교수님의 이학적 사고, 특히 생태학과 수학적 사고가 필드워크 속에서 절묘하게 융합되어 창출된 것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분야 사고의 융합은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메사오 교수님의 ‘문명의 생태사관’으로부터 30년 후에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캠퍼스의 Jared Diamond 교수는 ‘총, 균, 쇠’라는 책을 펴냈고 이는 세계적인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책의 내용은 우메사오 교수님의 책과 매우 비슷합니다. Jared Diamond 교수님도 문명에는 발전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유라사아 대륙과 같이 동서 방향으로 긴 대륙과 아프리카나 북미, 남미 대륙과 같이 적도를 끼고 남북으로 긴 대륙은 문명의 발전과 전파의 구조가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은 기후가 비슷한 지역을 통해 문명과 기술이 동서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습니다. 또 가축화할 수 있는 중대형 포유동물이 거의 모두 유라시아 대륙에 있었기 때문에 농업 기술을 빨리 발전시킬 수 있었고 가축이 퍼뜨리는 전염병에 대한 저항성이 생겼으며 이 부분이 다른 대륙으로 진출했을 때 커다란 무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은 Jared Diamond 교수님도 생리학에서 박사를 딴 후 분자생물학, 진화생물학, 유전자학, 생물지리학, 고고학, 인류학, 언어학 등 이과와 문과 계열 학문을 공부하고 지리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우메사오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이과적 사고를 이용해 문과적 과제 해결에 도전해 커다란 성공을 거둔 연구자입니다.

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여러분도 언젠가는 자기 전문이 아닌 다른 학문 영역에 눈을 돌리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에 필적하는 눈부신 활약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흥미가 이끄는 대로 연구 생활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토대학은 그에 걸맞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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