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기와 주이치 총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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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대학은 1897년 창립 이래 ‘자중자경(自重自敬)’ 정신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교풍을 수립하며 창의적인 학문의 세계를 개척해 왔습니다. 또 지구 사회의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하는 것도 교토대학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한편으로 지금, 세계는 20세기에는 상상도 못 했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동서 냉전시대의 종식으로 해소될 듯 보였던 세계의 대립 구도는 민족 간, 종교 간 대립으로 더욱 복잡하고 극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한편 지구 환경 악화가 가속화되고 예상치 못한 대규모 재해와 치사성 전염병이 각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금융 위기는 국가 경제 및 사람들의 생활을 근간부터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런 거친 풍파 속에서 대학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국가는 산관학 연계를 추진하며 글로벌 차원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을 장려하고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 개혁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교토대학이 창립 정신을 토대로 어떻게 이 나라와 사회의 바람에 부응할 수 있을지가 현재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원래 대학의 사명은 교육, 연구, 그리고 사회 공헌입니다. 이 중 연구와 사회 공헌은 세계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의 본질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교토대학은 스스로 배우고 공부하는 ‘자학자습(自学自習)’을 기본 이념으로 사회와는 조금 거리를 둔 채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교풍을 지닌 학문의 중심지 모습을 유지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교토대학은 평온한 학구의 장으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세계와 사회로 통하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창을 여는 것은 세계와 사회의 최전선을 잘 아는 교원들이며, 그 창을 통해 세상으로 나가는 학생들이 대학의 주역입니다. 실천의 장으로 나간 학생들이 대학에서 쌓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이러한 창들은 산관학 연계를 통해 신중하게 마련되어야 합니다.

  한편 운영비 교부금이 삭감되고 경쟁적인 자금 확보가 장려받는 등, 대학을 둘러싼 재정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대학이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금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 필요성을 사회에 널리 알려 교토대학에 기대를 가져 주시는 산업계 및 교토대학 졸업생 분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지역과의 연계를 강화해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의 도시 교토라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며 교토를 대학 캠퍼스로서 풍요롭게 발전시키기 위해 다른 대학들과 협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 세계 대학들로부터 우수한 교원들과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교토에서 독창적인 교육 커리큘럼 및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제공하며 이를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합니다. 이는 지역의 발전, 더 나아가서는 일본과 세계의 미래에 크게 기여하게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종합대학, 연구형 대학으로서 교토대학이 해야 할 일은 교양/공통교육, 전문교육, 대학원 교육을 풍요롭게 조합해 창의력과 실천력을 겸비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문의 다양성과 계층성을 정비해 다양한 선택을 가능케 하는 교육 체제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역량을 꽃피우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성급히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기보다는 가치 있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확실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포용력 있는 학습의 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풍부한 발상력을 지닌 학생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직원 스스로가 세계로부터 주목받는 연구와 사회 공헌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10개 학부, 18개 대학원/연구과 등, 일본 최다를 자랑하는 14개 연구소와 많은 교육 연구 시설 등으로 구성된 교토대학이 전교적 차원에서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2014년10월
교토대학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