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학부 입학식 축사 (2015년 4월 7일)

제26대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

오늘 교토대학에 입학하신 3,002명 여러분, 입학을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참석하신 이사, 부학장, 학부장, 부국장 및 교직원과 함께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여러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여러분을 지원해 오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 드립니다.

4월은 벚꽃의 계절임과 동시에 여러 나무들이 싹을 띄우고 신록이 산들을 물들이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천혜의 풍부한 물을 지닌 비와(琵琶) 호와 가까우며 분지에서 자란 습기를 가득 머금은 숲에 둘러싸인 교토에서는 더욱 더 이 선명한 색채가 눈에 띄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교육의 장뿐 아니라 많은 일터가 이 계절에 새로운 구성원들을 받아들이는 데는 이런 자연적 배경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때까지 겨울의 추위에 위축되고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녹으면서 모든 생명체가 일제히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 기운에 다들 동조해 온 세상이 떠들썩하게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펴고 걸음을 재촉하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가 면학과 업무를 시작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4월을 이와는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인 시인이 있습니다. 영시의 최대 걸작이라 불리는 ‘황무지(Waste land)’라는 시 첫 부분에서 시인 T.S. 엘리엇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이 시는 1차대전 후에 쓰여진 것으로 인용한 부분은 병든 서양 문명의 모습과 황폐해진 인간 사회를 Waste land에 빗대 묘사한 도입 부분입니다. 영국에도 일본과 같은 사계절이 있습니다. 많은 시인들은 4월을 생명력 넘치는 천혜의 계절이라 노래하지만 엘리엇은 황폐하고 무정하며 잔인한 계절이라 노래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저는 그 정경이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올해 1월 말 영국을 방문해 그곳의 겨울이 어떠한지를 체험하고 어렴풋이나마 이 시의 배경을 엿본 듯했습니다. 런던에서 자동차로 브리스톨에 갔다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후 전철을 타고 케임브리지로 이동했는데 풍경에 거의 녹색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무는 모두 벌거벗었고 목장의 풀은 말라붙어 갈색으로 물들어 있는 와중에 차가운 비가 중간에 눈으로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놀란 것은 그 일대를 휘몰아치는 바람의 세기였습니다. 중간에 스톤 헨지라는 기묘한 환상열석이 있는 장소에 들렀습니다. 이 곳은 기원 전 8000년 정도부터 사람들이 정착해 자연의 위협을 극복해내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거름 삼아 다양한 문화를 발전시켜 온 장소입니다. 저는 서 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의 강풍 속에서 추위로 얼굴이 굳는 것을 느끼며 옛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이 추운 바람을 이겨냈을까 생각했습니다. 박물관 옆에 복원된 고대 주거지를 보니 튼튼한 나무를 엮어 세우고 강인한 흙벽으로 강풍을 막은 후 불을 때며 그 속에서 사람들이 겨울눈처럼 틀어박혀 있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머지 않아 석조 주택을 짓게 된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겨울은 돌벽으로 차가운 바람을 차단하고 난롯불을 쬐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자아내는 계절인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겨울은 다릅니다. 일본 열도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아열대 식물이 우거진 오키나와부터 유빙이 몰려드는 홋카이도까지 다양한 기후 속에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큰 눈이 높이 쌓이는 지역 사람들에게 겨울은 영국처럼 화롯가에서 즐겁게 수작업을 하거나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치 등뼈처럼 이어지는 산맥이 열도 중앙에 우뚝 서 있어 강풍이 몰아치는 경우는 그다지 없으며 난류의 손길이 어루만지는 해안부에는 상록수가 발달해 있어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남천이나 백량금 등 겨울에 열매를 맺는 나무들도 있어 많은 새들이 찾아옵니다. 겨울이 한창일 때 정월(1월 1일)이나 세쓰분(節分, 입춘 전날) 등 흥겨운 행사가 있어 활기찬 기분을 사람들에게 전해 줍니다. 그리고 경칩이 오면 꽃과 풀들이 얼굴을 내밀고 벌레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3월이라는 도움닫기의 시기를 거쳐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을 맞게 됩니다. 이렇게 자연이 자아내는 계절의 무늬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 형태를 나타내는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이를 예전에 교토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던 철학자 와쓰지 데쓰로(和辻哲郎)는 ‘풍토’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일본의 사상과 문화는 이런 다양한 기후를 배경으로 온화하며 선명한 색채가 자아내는 자연 아래 생겨난 것입니다.

단 엘리엇이 말했듯 4월은 열리려는 봉오리에 의해 과거의 여러 기억들에 숨어 있는 가능성의 상실을 의미하는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대학이라는 배움의 나라에 들어선다는 것은 여러분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해 자신의 능력을 그 길에 맞춰 단련해 나간다는 말과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지금까지 여러분이 경험한 것과 같은 기존 지식을 축적해 정답을 찾는 시간을 겨루는 곳이 아닙니다. 세상은 아직 답이 없는 과제, 답이 여러 개 있는 과제로 넘쳐납니다. 게다가 걷잡을 수 없이 움직이는 현대 사회에서는 과거에 도출된 해결책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아 이를 현대의 조건이나 요청에 맞춰 재검토해 새로운 답변을 찾아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걸어갈 길은 과거에 사람들이 걸어 왔던 길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기 위해서는 앞선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듬어 이를 교훈 삼아 현재의 과제를 극복하는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교토대학은 1897년 창립 이래 그런 배움의 장을 제공해 왔습니다. 대화를 근간으로 한 자유로운 학풍 아래 자주 독립과 창조의 정신을 함양하고 다원적인 과제의 해결에 도전하며 지구 사회의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하기 위해 질 높은 고등교육과 첨단 학술 연구를 추진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노벨상 9명, 필즈상 2명을 비롯해 수많은 국제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작년에도 아카사키 이사무(赤崎勇) 교수님의 노벨 물리학상, 모리 가즈토시(森和俊) 교수님의 라스카상, 이나바 가요(稲葉カヨ) 교수님의 로레알 유네스코 여성과학상 등 수상이 잇따랐습니다. 이는 교토대학이 세계를 이끄는 연구를 수행해 온 증거입니다. 앞으로도 학문에 뜻이 있는 사람들을 널리 국내외에서 받아들여 국제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양성함과 동시에 다양한 연구의 발전과 그 성과를 세계 공통의 자산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현대는 국제화의 시대라 일컬어집니다. 많은 나라들로부터 대량의 물자와 사람들이 유입되며 일본에서 외부로도 빈번한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연 자원이 많지 않은 일본은 첨단 과학기술로 인간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기를 개발해 잇따라 이를 세계에 전파해 왔습니다. 해외로 진출하는 일본 기업이나 해외에서 일하는 일본인은 최근 급격히 증가했으며 일본 기업이나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수도 증가 일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대학에서는 글로벌화된 사회의 움직임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나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 달라는 요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에 어느 기업이 기업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입사원 출신대학 이미지 조사에서는 교토대학이 종합 평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지력, 학력, 그리고 독창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인관계 면에서는 점수가 낮았으며 인간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봐도 오늘날 학생들은 자기를 내보이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화제를 전개하며 목적에 따라 협상을 매듭짓는 역량이 약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앞으로 국제적인 협상의 장에서 역량을 발휘하려면 일본은 물론 해외 여러 나라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잘 알고 상대에 따라 자유자재로 화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교양을 갖춰야 합니다. 이과 계열 학문을 공부하고 기술 부문에 취직한다 해도 국제적인 협상에서는 다양한 문과적 지식이 필요해지며 문과 계열 일을 하면서 이과 계열 지식이 필요한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세계와 일본의 역사를 잘 알고 전문가 수준의 질 높은 지식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국제 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대학은 외국어 능력(읽기/쓰기/듣기/말하기) 향상을 도모하고 질 높은 기초/교양 교육을 철저히 실시해야 합니다. 교토대학은 2013년도에 전교 공통 교육을 일원적으로 소관하는 국제고등교육원을 설립하고 전교 교수들의 협력을 얻어 질 높은 기초/교양 교육 실천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학문의 다양성과 계층성을 고려해 클래스 배당 과목과 코스 트리(전문 과목으로 연결되는 기초/교양 과목 조합) 등을 고안해 교수와의 대화 및 실천을 중시한 세미나와 포켓 세미나(소수인원 수업)를 배치했습니다. 외국인 교수도 대폭으로 늘려 학부 강의와 실습도 영어로 실시하는 과목을 설치했습니다. 이미 대학원 수업과 토론학습은 영어 및 다른 외국어로 이루어지는 일이 많아졌으므로 앞으로는 기초 교육, 전문 교육, 대학원 교육을 원활하게 연결해 국제화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을 이음매 없이 실시하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작년 10월에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저는 교토대학이 걸어가야 할 지침으로 WINDOW 구상을 내걸었습니다. 대학을 사회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창으로 삼아 유능한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의 역량을 키워 각자 활약할 수 있는 장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대학 전체의 공통 미션으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대학 교육이란 지식의 축적과 이해도 향상뿐 아니라 기존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얼마나 새로운 발상과 발견을 창출해내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런 창조의 정신을 교직원과 학생이 하나가 되어 고양시키는 곳에서야말로 이노베이션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모든 학생이 같은 목표를 향해 능력을 끌어올려도 이노베이션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서로 다른 능력이 조우하고 그런 상황에서 절차탁마할 수 있는 장소가 주어짐에 따라 새로운 발상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교토대학은 단순히 경쟁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야를 초월해 서로 다른 능력과 발상을 접하고 대화를 즐기며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그런 만남과 대화의 장을 통해 강하고 현명한 학생을 키워내고 그들이 활약할 수 있는 세계로 통하는 창을 열어 학생들의 등을 살짝 밀어 내보내는 것이 저희 교토대학 교직원들의 공통된 꿈이자 목표입니다.

그 창에서 이름을 따서 WINDOW라는 표어를 만들었습니다. W는 Wild and Wise입니다. 즉 야생적이며 현명한 학생을 키워내자는 목표입니다. 현대의 학생들은 자기 내부로 파고드는 경향이 있고 언제나 IT 기기를 들고 다니며 좁은 범위의 동료들과 항상 연결되어 있으려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 때문에 자기 결정이 불가능하고 독선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만족하는 풍조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올바르게 읽고 자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대학 캠퍼스 외에도 이런 대화와 실천의 장을 많이 마련해 강하고 현명한 학생을 키워내고자 합니다.

I는 International and Innovative입니다. 국제성이 풍부한 환경 속에서 항상 세계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고 전 세계 사람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시대에 한 획을 긋는 이노베이션을 창출하려는 시도입니다. 해외 대학과 연구 기관, 산관학민을 아우르는 다양한 교류를 통해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N은 Natural and Noble입니다. 교토대학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천년 고도에 위치하며 자연과 역사적 경관이 훌륭한 환경 속에 있습니다. 예부터 교토대학의 연구자는 이들 풍요로운 환경으로부터 많은 새로운 발상을 키워 왔습니다. 철학의 길을 산책하며 다듬어진 니시다(西田) 철학, 기타야마 등산에서 비롯된 영장류학 등 세계에 유례 없는 새로운 발상과 학문을 창출해 온 것도 교토의 이런 환경에 의한 부분이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교토 시민들도 예부터 교토대학 학생들을 친밀히 대하며 때로는 교육적으로 배려하며 접해 왔습니다. 교토대학 학생의 높은 품격과 윤리관은 교토의 자연과 사회적 환경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전통을 계승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하며 이를 선도할 수 있는 정신을 배양해 가고자 합니다.

D는 Diverse and Dynamic입니다. 글로벌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현대는 다양한 문화가 서로 섞여 공존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강점을 발휘해 온 일본의 균질성은 국제 경쟁이 격심해진 현대에서는 때로는 창의력을 약화시키며 이노베이션의 육성을 저해한다고도 합니다. 교토대학은 다양한 문화와 생각에 대해 언제나 열려 있으며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한편 급속한 시대의 흐름에 좌우되는 일 없이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파악해 유구한 역사 속에 자신의 위치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토대학은 이를 보증하는 평온한 학문의 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O는 Original and Optimistic입니다. 기존 상식을 뒤엎는 발상은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체험을 토대로 태어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훌륭하다고 감동한 사람의 행위와 언사를 잘 이해하고 동료들과 이를 공유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사고를 심화시켜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더 진전되지 않거나 동료의 비판에 비관적인 생각이 들려 할 때 이를 밝게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실패나 비판을 더욱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거름 삼아 이색적인 생각을 가미해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야 합니다. 교토대학은 그런 기회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마지막 W는 Women and Wish입니다. 앞으로는 여성이 빛나고 활약하는 시대입니다. 오늘 입학한 여러분 중 703명이 여성이며 이는 전체 입학생 중 23.4%에 해당합니다. 여성이 늘어나고 여성의 발상과 관점에 의해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면 세계는 변화할 것입니다. 제가 몸담아 온 영장류학에서도 50년 전에는 수컷의 우열 순위나 적대적 행동, 사회 구조 등을 주제로 삼아 왔으나 최근 여성 연구자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번식 전략과 파트너 선택, 다른 자를 배려하는 행동이 인기 있는 주제로 부상했습니다. 교토대학은 앞으로 면학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과 여성 친화적인 시설을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이처럼 교토대학은 교육과 연구 활동을 더욱 내실화해 학생 여러분이 안심하고 알찬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한 지원책으로 교토대학기금을 설립했습니다. 오늘도 가족 여러분께 이 기금에 대한 안내 자료를 나눠 드렸습니다. 입학 기념 특별 기획도 마련되어 있으니 아무쪼록 나눠드린 안내 자료를 봐 주시고 협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매우 좋아하는 다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郎)의 시를 바칩니다. 제가 학생시절에 알게 된 시로 ‘아침’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아침

또 아침이 왔고 나는 살아 있었다
밤 동안의 꿈을 완전히 잊고 나는 보았다
벌거벗은 감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목걸이 없는 개가 볕 드는 곳에 누워 있는 것을

백년 전 나는 이 곳에 없었다
백년 후 나는 이 곳에 없겠지
당연한 곳인 듯하면서도
지상은 틀림없이 생각지 못한 곳인가 보다

언제였나 자궁 속에서
나는 작고 작은 알이었다
그리고 작고 작은 물고기가 되어
그리고 작고 작은 새가 되어

그리고 겨우 나는 인간이 되었다
10달을 몇 천억 년이나 걸려 살아
그런 것도 우리는 복습해야지
지금까지 너무 예습만 해 왔으니까

오늘 아침 한 방울 물의 투명한 차가움이
나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쳐 준다
물고기들과 새들과 그리고
나를 죽일지도 모르는 짐승들과조차도
그 물을 나누고 싶다

(교토대학 번역)

저는 이 시에서 유구한 우주와 생물의 세계, 그리고 인간의 역사를 느낍니다. 그것은 거대한 신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러분이 교토대학에서 그 세계를 즐기고 만끽하시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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