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석사 과정 2,276명, 전문직 학위 과정 343명, 박사(후기) 과정 855명 여러분, 입학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또 지금까지 여러분을 지원해 주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 드립니다.
원래 오늘은 여러분과 직접 만나 축하 말씀을 전해 드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이렇게 영상으로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매우 유감스럽지만 사람이 모이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을 조장하는 바, 현재는 대학에 등교하는 것도 삼가 주시길 부탁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감염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제와 모든 사람의 긴밀한 협력에 달려 있습니다. 모쪼록 여러분의 이해와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여러분은 학문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각 학문 분야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교토대학에는 다양한 학문 분야 대학원이 설치되어 있으며 총 23종의 학위가 수여됩니다. 18개 연구과, 13개 부설연구소, 14개 교육연구시설이 여러분의 배움을 지원합니다. 석사 과정에서는 강의를 듣고 실습과 필드워크를 통해 학부에서 배양한 기초 지식/전문 지식에 더해 더욱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갈고 닦는 것이 요구됩니다. 전문직 학위 과정에서는 강의 외에 실무 실습, 사례 연구, 현지 조사 등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로부터 배울 기회가 많아집니다. 박사 후기과정에서는 논문을 쓰는 것이 중심이 되어 이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선행 연구와의 비교 검토가 반드시 필요해집니다. 또 현대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적인 지식과 기술 습득을 추구하는 5개 리딩 대학원 프로그램과 2개 WISE Program(Doctoral Program for World-leading Innovative & Smart Education, 문부과학성 선정)을 운영 중입니다.
대학원에서 고급 학문을 공부하게 될 여러분은 앞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미래에 맞서 나가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는 발생 후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강한 전염력도 그렇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은 사람들의 글로벌한 움직임이 많아져 감염자가 잠복 기간 중에 넓은 범위를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그 대책으로 감염 지역 봉쇄나 출입국 제한 등을 각국이 실시한 결과, 리먼 사태를 넘어서는 경제 위기가 닥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감염증 대유행 사례로는 2002년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한 사스(SARS)를 들 수 있는데, 감염은 중국을 중심으로 비교적 좁은 범위에 그쳤으며 감염자 수도 1만 명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수습에는 8개월 가까이 걸렸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앞으로 사스 이상의 만전의 대책으로 맞서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은 현대 과학기술과 사회의 양상에 경종을 울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사용 중인 첨단 기기 대부분은 세계적인 분업을 통해 제작됩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와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가 서로 다른 나라에 위치하며, 하드웨어의 부품을 만드는 회사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하나의 제품이 공급되려면 여러 나라에 걸친 공급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봉쇄나 출입국 제한으로 인해 이런 네트워크가 토막난 결과 글로벌 경제가 돌아가지 않게 된 것이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글로벌한 자본주의 경제의 취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는 지금 노동집약형, 자본집약형 사회에서 지식집약형 사회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처럼 자원이나 에너지가 아니라 지식을 공유하고 집약시켜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경제도 사람의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분산과 순환이 사회와 산업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지식이 집약되고 대량의 정보가 분석되어 시장 동향 예측이 이루어지면 그 기대치에 따라 새로운 과학기술이 고안됩니다. 하지만 그런 혁신적 기술은 정보와 그 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기기가 잘 갖춰진 선진 지역에서만 태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정보와 기술의 집적에서 소외된 지역은 싼 노동력을 제공하며 오로지 자원 공급과 물건 제조에만 힘쓰게 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런 세계적인 분업 체제가 이번 사태와 같은 상황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국가 간의 격차를 확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자본은 단기적 이윤이라는 관점에서만 자연에 접근하게 되고, 과학기술은 고도화되면 될수록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해져 지구의 자원을 낭비합니다. 그 결과 지구 환경은 열화되어 회복 불능에 빠지고, 그 악영향은 미래 세대와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미치게 됩니다. 최근 스웨덴의 Greta Thunberg 씨를 비롯한 젊은 세대가 근래 기후 변화에 대한 각국 대책이 늦어지고 있는 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점이나, 급증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선진국으로 몰려드는 사태로 이어진 것은 현대 사회나 경제의 구조와 과학기술의 적용이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듯합니다.
작년에 안타깝게도 무장괴한의 총탄에 돌아가신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데쓰(中村哲) 선생님은 오랫동안 분쟁이 계속된 아프가니스탄에서 가난과 병에 시름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한센병 의사로 건너가신 나카무라 선생님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진정한 원인은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직접 우물을 파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싹 말라버린 대지를 다시 꽃피우기 위해 대규모 관개 사업을 기획했고 일본의 전통적인 치수 기술을 도입해 현지 사람들과 함께 운하를 완성시켰습니다. 그 결과 농업이 부활했고 만성적인 굶주림에서 해방되어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습니다. 이야말로 평화의 원천이라고, 나카무라 선생님은 믿으셨을 것입니다. 그런 나카무라 선생님의 말씀이, 그가 소속되어 있던 페샤와르 모임의 작년 7월자 회보에 실려 있습니다. 그 글을 일부 소개해 드립니다.
"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에 뿌리내린 근대적인 인간중심주의는 종종 기술 문명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토대로 한다 .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기술만 앞서나가 ‘ 온고지신 ’ 과는 반대로 옛 것을 완전히 부정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착각이 없었다 할 수 없다 . 한 마디로 자연과학이라 하더라도 자연의 어느 상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 예를 들면 원자의 세계를 문제로 삼는다면 획일적으로 수학 같은 법칙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시간과 장소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하천과학은 그렇게는 할 수 없다 .
과학기술의 위험성은 그 한계를 잊었을 때 생겨나며 , 인간의 욕망 , 소망과 과학 신앙이 서로를 끌어올리면서 혜택의 크기에 비례해 위험도 낳게 된다 . 예를 들면 우리가 좋은 둑을 쌓고 강력한 호안법을 확립하면 안정된 관개로 마을의 생활 면적과 식량 생산이 늘어난다 . 배분 문제는 제쳐 놓고 보면 , 인구가 늘어나고 전체적인 부가 증대되며 , 풍요로움을 가져와 준 기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 하지만 한 번 손에 넣은 것을 내려놓지는 못한다 . 유지에 더 큰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 당연하게도 자연과의 관계에서 보면 여기에 인간의 운명적인 모순이 존재한다 . 기술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사정을 우선시하는 것이라 반드시 자연의 움직임에 걸맞는다고는 할 수 없다 .
하천에 관계했던 사람이라면 이를 잘 알 것이다 . 자연사를 큰 관점에서 보면 판이 움직이고 해저가 융기되며 지진이나 홍수가 산을 고르게 만들어 우리가 살 곳이 만들어졌다 . 일본 열도에 평야가 생겨난 것은 겨우 최근 1 만 년 정도 전이며 강은 지표를 깎는 조각칼이다 . 홍수가 없었으면 우리가 살 곳도 없었을 것이다 . 홍수 제어란 천체의 운행을 제어하는 것과 같다 .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기나긴 자연사 속의 한 순간을 우리는 살고 있다 . 하지만 커다란 움직임은 인간에게는 잘 보이지 않으니 근시안적으로 파악하기 쉽다 . 자연의 생성 - 발전 - 소멸 주기 안에서 인간만이 무한하게 발전할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 "
그리고 나카무라 선생님은 글 마지막에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 스스로 돌아보지 않는 기술은 위험하다 . 신을 대신해 인간이 만능인 듯 구는 거만함 , 폭력적인 자연 착취 , 대량 소비와 대량 생산 – 이런 것들이 자연 환경 파괴와 핵전쟁 공포를 낳고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현실이다 .
원래 우리 세대는 학교에서 다음과 같이 배웠다 .
‘ 동양 문화는 자연과 융화되며 , 서양은 자연을 정복한다 .’
하천에 관한 한 현재는 역전되어 버렸다 . 과거 문명에 대한 반성에서 자연과 상생하려는 노력에 가장 열심인 곳은 유럽이며 일본은 이제 겨우 전통 공법 수정을 , 그것도 서구의 움직임을 유행처럼 막 흉내내기 시작했을 뿐이다 . 지금 기후 변화에 의한 하천 재해 현장에서 상습적으로 범람하는 강과 대치하며 온난화 (= 사막화 ) 로 인한 가뭄 대책에 시달리다 보면 싫든 좋든 ‘ 기술의 윤리성 , 정신성 ’ 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전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과거 형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 그 정신이 깃든 관점으로 현재를 파악하고 , 자연과 어울리며 , 최선의 것을 낳으려는 노력이다 .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것이 이 정신인 것만 같다 ."
이 말씀은 나카무라 선생님의 유언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말씀을 진중하게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과학기술의 정수를 집중시켜 나라를 발전시켜 온 일본이 지금 수많은 자연 재해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서 구마모토 지진과 홋카이도 이부리 동부 지진이 연달아 일어났으며, 가까운 미래에 더욱 큰 난카이 해구 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재해도 심각한 상황으로, 각지에 강풍과 폭우를 가져와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작년에도 태풍으로 지바현에서 많은 가옥이 무너지고 대규모 정전이 오랫동안 계속됐습니다. 이런 자연 재해 증가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하나, 이것이 대규모 재해로 이어진 것은 사람이 사는 곳을 확장하다 재해가 일어나기 쉬운 거주 지역을 만들어 버린 데도 기인합니다.
제가 교토대학 학생이었던 1970년대는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어 해안 지대를 매립해 공장을 새로 짓고 산을 깎아내어 주택지를 확장시켰던 시대였습니다. 도시를 연결하는 간선도로가 정비되고 댐과 터널이 여기저기 만들어져 새로운 수로와 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 건설한 인프라가 지금은 노후화되어 각지에서 재해를 일으킬 수도 있는 불안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일본은 이를 한꺼번에 수리하거나 재건할 여유가 없어서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수명 연장 계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토대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저는 최근 2년 동안 국토교통성의 인프라 메인터넌스 대상 심사위원장을 맡아 왔습니다. 이 상은 일본 국내의 사회 자본 유지보수 관련 사업자, 단체, 연구자 등의 훌륭한 방안과 기술개발을 표창하고 우수 사례로 널리 소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대부분의 수상자는 인프라 보수 점검 관련 기술개발이나 재해 및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를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재정난 속에 일본이 얼마나 인프라 정비를 고민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런 50년에 걸친 대규모 인프라 정비의 혜택을 재검토함과 동시에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의 움직임이 바뀌었을 때에도 제대로 기능할지, 오히려 재해를 확대시키지는 않을지 그 부정적인 측면도 살펴봐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아카데미즘의 세계에 있는 우리는 이런 미래의 예측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해결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단 과학기술은 자원을 낭비하고 자연을 파괴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신 요시노 아키라(吉野彰) 박사님은 본교 공학연구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아사히카세이에 취직해 연구에 종사하며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했습니다. 가볍고 에너지 효율이 좋으며 충전과 방전 사이클을 수없이 반복할 수 있는 이점을 지닌 이 전지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부터 전기 오토바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널리 전 세계에 보급되어 있습니다. 또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와의 조합을 통해 지구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청정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로도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교토대학 고등연구원 기타가와 스스무(北川進) 특별교수님이 개발한 다공성 재료는 석유를 정제할 때 사용하는 분리 재료나 물 정화용 재료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환경 속의 오염 물질을 제거해 지구 환경을 개선하거나 대기 중의 특정 분자를 분리해 자원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지금까지는 화석 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는데, 지금은 대량으로 존재하는 물로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기업과 대학의 연구자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과학기술도 단지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해 인간의 편의성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 환경과의 공존이라는 방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약 2년 동안 저는 내각부의 종합과학기술혁신회의(CSTI) 비상근 의원으로서 일본의 과학기술 정책에 관한 여러 논의에 참여했습니다. 거기서 최근에 큰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 2021년부터 5년간 시행할 제6기 과학기술 기본계획의 수립과 연구력 강화입니다. 1995년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에는 ‘인문과학에만 관련된 것은 제외한다’는 조문이 있었는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그 부분이 삭제됩니다. 그 이유는 정부가 미래 사회의 목표로 삼고 있는 Society 5.0에서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반드시 생각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라는 예측이 어려운 시대를 맞아 앞으로의 시대에 적합한 사회 윤리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제6기 과학기술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2050년 일본의 미래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전망해 과학입국 일본의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일본학술회의도 얼마 전 ‘사회가 해결을 원하는 다양한 과제에 학술이 기여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의 양상을 상대화해 때로는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인문사회과학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이 긴밀하게 연계해 종합적인 지식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습니다. 또 최근 1년에 걸쳐 ‘일본의 전망 2020’ 위원회를 여러 번 개최해 일본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앞으로 학술이 책임져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만간 ‘미래에게 받은 질문 – 일본학술회의 100년을 향해’라는 제목으로 공표될 예정이니 여러분도 꼭 한 번 확인해봐 주시길 바랍니다.
CSTI에서도, 일본학술회의에서도, 그리고 지금 전 일본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일본의 연구력 저하입니다. 21세기 들어 노벨상 수상자 수는 미합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이 결과에는 교토대학이 크게 공헌했지만 논문 수 등 현재의 연구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2004년 국립대학 법인화 이후 국립대학의 운영비 교부금이 매년 삭감되어 연구자 수가 줄어든 것과 대학 개혁을 목적으로 하는 보조금이 늘어 교수들이 그 관련 업무를 하느라 연구 시간이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연구력을 회복시키고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본학술회의에서도 2000명 넘는 회원과 연계회원들에게 널리 물어 그 의견을 취합해서 CSTI에 제출해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젊은 연구자들 지원, 산학 연계 강화, 국제적인 두뇌 순환 촉진 등의 대책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특히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선진국 중에서 일본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시되면서 ‘연구력 강화, 젊은 연구자 지원 종합 패키지’를 문부과학성이 제안했습니다. 박사 후기 과정은 미국과 유럽이 그렇듯 교육 과정이라기보다는 전문 연구자의 첫 일터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학생 중 10%밖에 되지 않는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DC1, DC2 비율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또는 창발 연구라는 차세대 대상 공모형 연구비를 신설해 지금까지 3~5년이던 연구 지원 기간을 7~10년으로 늘린다. 더 나아가서는 산업계가 대학원에서 적극적으로 인턴십을 운용해 박사 학위 취득자 채용을 늘린다. 그런 안이 담겨 있습니다. 분야의 틀을 넘어선 학제적 연구를 산관학 연계를 통해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며 특히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 간의 연계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제 대학원에 진학하실 여러분은 모쪼록 이런 최근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본인이 활약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회나 산업계가 연구자에게 요구하는 과제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교토대학은 사회에 바로 도움이 되는 연구만을 장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교 이래 대화를 근간으로 한 자유로운 학풍을 전통으로 독창적인 정신을 함양해 왔습니다. 이는 다양한 배움과 새로운 발상에 의한 연구 창출로 이어져 미래의 과제를 해결하는 결과로 이어져 왔습니다. 전문성 높은 연구의 길로 들어서는 입구도 좁은 길을 따라 앞만 보고 직진해야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학우들,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대화를 통해 자기 발상을 연마하는 것이 진리의 길로 통하게 됩니다. 오늘 입학한 여러분도 언젠가는 자기 전문이 아닌 다른 학문 영역이나 사회적 과제에 눈을 돌려 활약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에 필적하는 눈부신 활약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흥미가 이끄는 대로 연구 생활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토대학은 그에 걸맞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배움의 장은 교토대학 캠퍼스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에 산업계 현장을 경험하고 자신의 역량과 연구 내용에 맞는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합니다. 본교도 산학 협동 이노베이션 인재 육성 컨소시엄 사업의 일환으로 많은 기업들이 참가한 중장기 인턴십 및 매칭을 진행 중입니다. 또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역량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 최고 수준 대학들과 복수학위 및 공동학위를 늘렸습니다. 현재 교토대학은 하이델베르크, 방콕, 워싱턴DC, 샌디에이고, 아디스아바바에 해외 거점을 두고 전 세계 대학들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교토대학의 많은 부국들은 전 세계에 연구자 교류 네트워크 및 거점을 두고 있으며 그 수는 59개에 이릅니다. 앞으로 이들 거점을 활용하며 공동 연구 및 학생 교류를 촉진시켜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더욱 제고해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대학에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학습의 기회를 마련하게 됩니다. 과외 활동도 대폭 제한되어 자유롭지 못한 나날들을 보내시게 되겠지만 이를 잘 극복하면 즐거운 대학 생활이 눈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인류는 지금까지도 여러 번 감염증의 위협에 시달려 왔으며 그 때마다 위기를 극복해 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해 있는 위기도 전 세계 사람들이 협력하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연계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야말로 여러분이 활약하게 될 무대임에 틀림 없습니다. 모쪼록 그때까지 건강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며 자학자습에 매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0년 4월 7일
교토대학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壽一)
(“ ”는 나카무라 데쓰 ‘물의 여러가지 이야기(4) ‘치수’와 ‘홍수 제어’ 동양의 물’(‘페샤와르 회보’ No.140, 2019년)에서 인용해 한국어로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