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학위수여식 축사 (2015년3월23일)

제26대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

오늘 교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실 2,179명 여러분, 석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58명 여러분, 법무박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41명 여러분, 박사 학위를 받으실 608명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위를 받으실 여러분 중에는 유학생도 325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누계치를 보면 교토대학이 수여한 석사 학위는 72,206개, 석사 학위(전문직)는 1,233개, 법무박사 학위(전문직)는 1,720개, 박사 학위는 41,753개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나가오 마코토(長尾真) 전 총장님, 마쓰모토 히로시(松本紘) 전 총장님, 참석하신 이사, 부학장, 연구과장, 학관장, 학사장, 교육부장, 연구소장을 비롯한 교직원 일동 모두 함께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토대학이 수여하는 석사와 박사 학위는 박사(문학)와 같이 각 전공 분야가 설정되어 있으며 총 23종에 이릅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여러분이 밤낮으로 절차탁마하며 역량을 갈고 닦아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을 저는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학위 수여는 여러분의 지금까지의 노력의 도달점이며 앞으로의 인생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오늘 수여된 학위가 앞으로 인생의 길을 열어 나가는 데 있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저는 작년 10월 총장에 취임한 이래 학생이 주역인 대학을 만들기 위해 WINDOW 구상을 내걸었습니다. 대학을 사회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창으로 삼아 유능한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의 역량을 키워 각자 활약할 수 있는 장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대학 전체의 공통 미션으로 정했습니다. 야생적이고 현명하며 세계의 급격한 움직임에 좌우되는 일 없이 독창적인 생각을 전파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여러분이 아무쪼록 그 모범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또 WINDOW 구상은 여성의 활약을 지원해 희망 있는 사회를 구축해 나가기를 주창하며 남녀 공동 참여 추진 액션 플랜을 제시했습니다. 오늘 학위를 받으신 여러분 중에는 763명의 여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수는 해마다 증가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살려 남녀가 차별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분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오늘 학위가 수여된 논문에 대한 보고서를 훑어보니 역시 오늘날 세계의 동향을 반영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글로벌화로 인한 이문화와의 접촉, 다문화 공생, 사람의 이주, 지구 규모의 기후변화와 재해,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법과 경제의 재고찰, 마음의 병을 포함한 많은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등입니다.

예를 들면 문학연구과 야스이 다이스케(安井大輔) 씨의 ‘현대 일본 사회의 다문화 접촉 영역에서의 에스니시티 생성 과정 연구 - 요코하마시 쓰루미구에서 볼 수 있는 오키나와 이민 문화 실천을 사례로’, Milos Debnar 씨의 ‘Globalization and diversity in migration to Japan: Migration, whiteness and cosmopolitanism of Europeans in Japan’, 아시아/아프리카지역연구연구과 이즈미 나오아키(泉直亮) 씨의 ‘토지를 찾아 이주한 농목민의 사회/경제 변용과 현지 주민과의 공존에 관한 연구 - 탄자니아 루크와 호반 수쿠마족의 사례’, 논문 박사 Jane Singer 씨의 ‘Examining the roles of multiple stakeholders in dam-forced resettlement of ethnic minorities in Vietnam’은 사람들의 이주와 민족, 문화 간 접촉에 따른 공존의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구 규모의 기후변화와 재해, 인위적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는 공학연구과 규카 도모코(久加朋子) 씨의 ‘고정상 유역을 지닌 하천의 소류사/하상 변동 특성과 하천 생태 시스템 개선에 관한 연구’, Tabinda Aziz 씨의 ‘Empirical analyses of human-machine interactions focusing on driver and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이학연구과Fatima Akter 씨의 ‘Environmental conditions and dryline influence on the occurrence of severe local convective storms in Bangladesh during the Pre-monsoon season’, 정보학연구과 Wu Lihui(呉麗慧) 씨의 ‘Earthquake disaster preparedness for tourism industry in Japan and China’, 논문 박사 다카다 노조무(高田望) 씨의 ‘강우현상 계층 구조를 고려한 단시간 강우 예측 수법 및 예측 오차 측정에 기반한 호우 예측 정보 제공 방법의 개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경제와 사회 변동을 다룬 논문으로는 농학연구과 이마이즈미 아키(今泉晶) 씨의 ‘종자와 유전 정보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적 검토 – 소유의 정당화 이론과 시드 시스템에 착안해’, Sanara Hor 씨의 ‘The transition of farming systems causing forest degradation in Ratanakiri Province, Cambodia’, 경제학연구과 호리바야시 다쿠미(堀林巧) 씨의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재형성과 동요 –현대 비교 사회 경제 분석-’ 등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질병과 건강에 착안한 논문으로는 의학연구과 요시무라 사야카(義村さや香) 씨의 ‘A lack of self-consciousness in Asperger's disorder but not in PDDNOS: Implication for the clinical importance of ASD subtypes’, 혼야시키 미나(本屋敷美奈) 씨의 ‘Specificity of CBT for depression: A contribution from multiple treatments meta-analyses’, 논문 박사 가시마 요리코(加島依子) 씨의 ‘Studies for maximizing value of antibody drugs against tumors’, Techasrivichien Teeranee 씨의 ‘Changes in sexual behavior and attitudes across generations and gender among a population-based probability sample from an urbanizing province in Thailand’ 등이 있습니다.

또 이런 오늘날의 자연과 사회 현상뿐 아니라 널리 세계에서 주제를 찾은 다양한 기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문학연구과 Zhang Ling(張陵) 씨의 ‘헤이안 여류문학과 한문학에 대한 연구 -미치쓰나노하하(道綱母)와 스가와라노다카스에노무스메(菅原孝標女)의 경우-’, 경제학연구과 오쿠보 가즈노부(大久保和宣) 씨의 ‘파크 배럴 폴리틱스 –분배 정치의 경제 분석-‘, 인간/환경학연구과 오노 도모에(小野智恵) 씨의 ‘뉴 할리우드 영화기 로버트 알트만 감독 작품에 새겨진 반고전적 양식의 독창성 -1967년 ‘카운트다운’부터 1976년 ‘버팔로 빌과 인디언들’까지의 음성적/영상적 실험에 의한 내러티브 전체의 혁신에 대한 분석 연구’, 이학연구과 니시카와 마리(西川真理) 씨의 ‘Cohesion and behavioral synchrony among females in a wild group of Japanese macaques’, 생명과학연구과 모리이 아이노(森井愛乃) 씨의 ‘태류 우산이끼의 청색광 응답 반응과 청색광 수용체 포토트로핀 기능 해석’ 등입니다. 이 논문들은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져 내용을 읽고 싶은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 외에도 제 이해력을 넘어선 많은 훌륭한 연구들이 학위 논문으로 완성되어 있으며 저는 그 다양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런 다양성과 창의성, 첨단성이야말로 앞으로의 세계를 바꿔 나가는 사상과 이노베이션으로 이어져 나가기라 확신합니다.

저도 지금부터 28년 전인 1987년, 만 35살 때 교토대학에서 논문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수컷 고릴라의 생활사를 다룬 논문이었는데 야생 고릴라의 데이터를 좀처럼 확보하지 못해 필드 워크 장소를 바꿨고, 그러는 동안 일자리도 구하곤 하다 보니 학위 논문을 쓰는 것이 매우 늦어졌습니다. 몇 번씩이나 자기불신에 빠져 좌절할 뻔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학위 논문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나는 보았다는 감동과 그 발견을 이론으로서 학문 속에 정착시키는 것을 가능케 해 주신 지도교수님과과 동료들의 지원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지도교수님이었던 이타니 준이치로(伊谷純一郎) 교수님은 한 번도 저를 필드에서 지도해 주시지 않았습니다. 필드에서 고릴라 관찰법을 지도해 준 미국인 Dian Fossey 박사님은 제가 논문을 완성하기 전인 1985년에 누군가에게 살해되어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두 분 선생님으로부터 필드 워크의 리터러시를 배웠습니다. 그것은 결과를 안달내서는 안 된다. 내가 생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여 세상을 다시 파악하고 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내가 연구하는 대상의 세계에 깊이 파고들어 주의 깊게 응시하다 보면 언젠가 생각지도 못했던 형태로 호화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타니 교수님은 이를 ‘자연이 미소지을 때’라 부르셨습니다. 이 자연은 우주일 수도 있고 인간일 수도 있다. 연구 대상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를 ‘호화롭다’고 부르셨습니다. 연구자에게는 그 특권이 주어진다, 단 이를 얻기 위해서는 연구자로서의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도 학위 논문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추구해 온 호화로운 세계를 엿보는 데 성공한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여러분과 연구의 세계에 남으실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이런 호화로운 순간이 찾아올지 여부는 여러분이 연구자로서의 리터러시를 유지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과학자들의 부정 행위가 잇따름에 따라 사회로부터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교토대학에서 배양한 연구자로서의 자긍심과 경험을 살려 아무쪼록 찬란히 빛나는 인생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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