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대학원 후기 입학식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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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대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長博)

   

 교토대학에 입학하신 석사 과정 78명, 박사(후기) 과정 125명, 전문직 학위 과정 6명 여러분, 입학 축하드립니다. 교직원과 함께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또 지금까지 여러분을 지원해 주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 드립니다.

 금년도 대학원 후기 입학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으로 개최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작년 초부터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은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억 명 이상이 감염되고 450만 명에 이르는 희생자가 나오는 이례적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지라 입학생 여러분을 직접 뵙고 축하 말씀 드리지 못하게 되어 대단히 아쉽지만 온라인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교토대학 대학원 석사 과정, 박사(후기) 과정 및 전문직 학위 과정에서 다양한 학술 영역 연구 생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우선 본교 역사에 대해 간단히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교토대학은 1897년 일본에서 두 번째 제국대학으로 창립되었습니다. 이는 일본이 근대국가의 일원으로서 그 지위를 확립하고자 했던 시기에 상당합니다. 19세기 중반 이후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사람들의 생활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대학이야말로 과학기술 연구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당시에 이미 독일에서는 베를린대학을 중심으로 연구와 교육을 하나로 생각하는 대학 교육의 이념이 확립되어 있었고 미국에서는 존스홉킨스대학에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더욱 고도의 학술 연구를 가능케 하는 대학원 과정이 세계 최초로 설치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 교토대학은 ‘학문의 자유’를 존중하며 창의적 연구에 기반한 진리 획득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이념으로 설립되어 오늘까지 120여 년에 걸친 오랜 역사를 새겨 왔습니다.

 여러분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더없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새로운 대학원생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인류가 이런 대규모 감염증과 조우한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류의 오랜 역사는 감염증과의 끊임없는 싸움의 역사였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인류는 지금까지 커다란 희생을 치르면서도 수많은 심각한 감염증의 위협을 극복해 왔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가 행동의 지침으로 참조할 수 있는 것은 역사이며, 여기서 인류의 감염증과의 싸움의 역사를 돌이켜 보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은 아닐 겁니다.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캠퍼스의 Jared Diamond 교수는 ‘총, 균, 쇠’에서 인류의 주요 감염증은 1만 년쯤 전부터 인류가 특정 야생 동물을 가축화한 데에서 기인했다고 말합니다. 인류 역사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감염증 중 하나는 천연두인데, 이는 가축화된 소의 우역 바이러스에서 유래되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인류는 약 1만 년 전까지는 모든 대륙에 널리 분포해 정주하고 있었는데 남북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인구는 스페인의 무력 침공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크게 감소한 바 있다고 합니다. 그 주 요인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건너간 천연두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가축을 기르지 않았던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은 이에 전혀 저항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수없이 많은 심각한 감염증 유행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멸종까지는 이르지 않은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진화 과정에서 체내에 침입하는 다양한 병원체를 정밀하게 인식해 효과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면역이라 불리는 생체 시스템을 획득해 온 데 있습니다. 그 전략은 동일종 내 개체가 그 발생과 성장 과정에서 각자 무작위성에 기반해 불특정 외래 침입물에 대한 다양한 인식 시스템을 미리 내다보고 형성하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이 무작위성에 기반한 인식의 다양성은 당연히 개체별로 커다란 변형을 가져오게 되는데, 종 전체 차원에서 보면 매우 고도의 인식 다양성을 보장하게 됩니다. 즉 면역 시스템이란 종을 유지하기 위해 진화해 온 생체 반응계이며, 어떠한 미지의 위험한 병원체와 맞닥뜨려도 집단이 전멸에 이를 위험성은 회피하는, 뛰어난 고도의 전략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굳이 이 생체 시스템의 약점을 들자면 집단이 일정한 감염 저항성을 얻기까지는 종종 많은 개체의 희생을 피하지 못했다는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는 근대에 들어 이 면역이라는 아주 교묘한 생체 시스템의 약점을 과학의 힘으로 보완함으로써 감염증 극복을 위한 더 강력한 수단을 손에 넣었습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원래 우두 바이러스에서 유래되었는데 우두 바이러스 자체는 사람에게는 가벼운 병만 일으킵니다. 18세기 말 영국의 의사 Edward Jenner는 수련 중이던 젊은 시절 우두를 앓았던 여성이 ‘소젖 짜는 일을 하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를 기억하고 있던 Jenner는 사용인의 아이에게 이 우두를 주사하고 그 6주 후에 천연두를 접종하는 매우 대담한 실험을 수행했고 그 아이는 천연두 발병을 면했다는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우두를 접종하면 소가 된다’는 식의 뜬소문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은 차츰 보급되어 이윽고 라틴어로 암소를 뜻하는 Vacca(바카)에서 따와서 백신 Vakzin/Vaccine이라 불리게 됩니다. Jenner는 그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했지만 19세기 말 프랑스의 Louis Pasteur가 백신 효과는 면역 기억, 즉 면역시스템은 한 번 침입한 병원체를 정확하게 기억해 재침입했을 때는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반응을 보이는 특성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천연두 백신은 개량이 거듭되어 전 세계에 보급되었고 Jenner의 실험으로부터 약 200년이 지난 1980년, 드디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의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인류가 과학의 힘으로 가장 심각한 위협이었던 감염증 중 하나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퇴치한 것입니다. 18세기에는 세계 각지에서 폴리오 바이러스에 의한 소아마비가 크게 유행해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었지만 1950년대에 미국의 Jonas Salk과 Albert Sabin에 의한 폴리오 백신 개발과 그 보급으로 인해 현재는 극히 일부 나라를 제외하면 신규 발병 보고는 없으며, 지구상에서의 폴리오 종식 선언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홍역을 비롯한 많은 감염증이 백신 보급으로 인해 종식에는 이르지 못했어도 거의 완전히 제어되고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도 현재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 문자 그대로 인류와 새로운 감염증의 싸움 한복판에 있습니다. 그런 한편 이 백신을 둘러싸고는 새로이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백신 공급의 글로벌 격차, 사회 공익과 개인의 자유나 권리를 둘러싼 문제 등은 새로운 백신 개발, 유효성과 부작용 평가 등의 과학적 과제를 넘어선, 두드러지게 사회적인 과제라 할 수 있을 겁니다. 1990년대에 옥스포드대학 과학철학자 Jerome Ravetz는 ‘과학으로 물어볼 수는 있지만 아직 과학으로 대답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함을 지적하고 이를 Post-Normal Science 영역이라 표현했습니다. 이런 영역에서는 현상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아 의사결정에 아주 많은 이해Stakes가 관여되어 있어서 과학과 학술의 성과가 사회의 의사결정에 직접 반영되리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인공지능AI이 답해 줄 수 있는 과제도 아닐 겁니다. 이번 팬데믹뿐만 아니라 지구의 급속한 기후 변화와 대규모 자연 재해, 인구/식량 문제, 선진국들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과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현재 인류 존재 자체와 관련이 있지만 그를 위한 사회적 합의 형성이 결코 쉽지 않은 중요한 과제가 많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과학과 학술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Ravetz는 모든 과학과 학술의 공통 지침으로 ‘안전과 건강과 환경 그리고 윤리의 과학 The sciences of safety, health, and environment, plus ethics’을 제안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학술 영역에서 연구를 시작하실 여러분도 전문적 연구 수련을 수행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사회에서 과학과 학술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와 사고를 거듭해 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렇더라도 원래 연구란 어디까지나 개인의 호기심과 미지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심이 동기로 작용하는 것으로, 이야말로 여러분을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그 사실 자체는 예로부터 변함없을 겁니다. 창조에 대한 의욕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 속에 있으며, 그를 위한 힘든 수련 속에서 비로소 얻게 되는 더없는 기쁨 또한 여러분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라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저 스스로도 40년 이상 연구의 세계에서 지내며 실컷 연구를 즐겨 왔습니다. 오늘 드린 말씀을 조금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여러분이 앞으로 이 교토대학에서 마음껏 나날의 연구생활을 즐기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제 축하 말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