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대학원 추계 학위수여식 축사(2023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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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대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 長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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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교토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수여받는 98명 여러분, 석사(전문직) 학위를 수여받는 5명 여러분, 박사 학위를 수여받는 208명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위를 수여받는 여러분 중에는 155명의 유학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토대학이 수여한 석사학위는 누적 90,539명, 석사학위(전문직) 2,529명, 법무박사학위(전문직) 2,766명, 박사학위는 48,182명입니다. 교직원 일동과 함께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대학원 학위연구의 중요한 기간 중 대부분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보내셨습니다. 대학원에서 학술연구 활동이 큰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러분이 각자의 학위연구를 충실히 수행하여 오늘을 맞이하게 된 것에 큰 경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정식으로 교토대학교 대학원의 학위 소지자가 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학문의 세계에서 혹은 실제 사회에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므로 이번 학위 수여는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의 도달점이자 앞으로 나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학위를 주는 교육과정으로서의 대학원’이라는 교육제도는 19세기 후반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이후 미국에서는 경쟁력 있는 대학원에서 고도의 전문교육을 받은 이들이 아카데미아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사회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중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되면서 학위가 엘리트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세태를 뒷받침한 것은 소위 지적 엘리트들이 본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왔다는 자부심, 즉 능력주의(meritocracy)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 2020)>에서 현대 미국에서는 엘리트에 침투한 이 능력주의의 ‘과도함’이 대다수 시민에 대한 공감능력 상실과 공공의 이익에 대한 기여라는 사명감 희박화를 초래하여 사회 분열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오래전부터 서구 국가들에 비해 학위(소지) 인재가 적은 것이 문제시되어 1990년대에 국가적으로 대학원 중점화 정책이 추진되었고, 2000년까지 전국 주요 국립대학의 대학원 중점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그 결과 본교에서도 1995년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포함해 약 5,800명이었던 대학원생 수가 2020년에는 여기에 전문대학원을 포함해 약 9,500명으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석사 및 박사 학위 소지자도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학위 소지자 수는 여전히 OECD 회원국 중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경제산업성이 2022년 3월 제4차 미래인재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당 일본의 석사학위 취득자 수는 미국의 약 23%,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약 43%에 불과하며 이웃 나라인 한국과 비교해도 각각 약 37%, 약 41%로 상당히 낮은 수준에 그칩니다. 또한 이 자료에서 미국에서는 기업 경영자의 67%가 대학원 수료자인 반면, 일본에서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요인으로 일본의 장학금 제도의 미비, 국내 기업의 학위 소지 인재 수용의 부진 등이 지적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고도의 전문교육을 받은 학위 소지 인재를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정당하게 받아들이고 그 활약의 장을 적절히 보장하는 일본의 사회적 환경의 미숙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새로이 학위 소지 인재가 된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샌델 교수는 앞서 저서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공동선common good에 기여하고 그 기여로 인해 동포인 시민들로부터 평가받을 때이며,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존재가 될 때”라고 말하며 이를 기여적 정의(contributive justice)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최고 수준의 교육을 통해 습득한 전문적 학식과 과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다수의 시민에 대한 공감을 갖고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엘리트의 진정한 능력(merit)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현대 미국 엘리트들 사이에서 보이는 능력주의의 독재는 없지만, 샌델 교수의 이 지적 자체는 옳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앤드류 스콧(Andrew Scott) 교수와 린다 그래튼(Lynda Gratton) 교수는 공저 <The 100-Year Life: Living and Working in an Age of Longevity> (한국어 제목 <뉴 롱 라이프-장수와 신기술 사이에서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람의 가치를 가르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을 구사하여 무엇을 해왔는지에 있다”. 아무리 지적인 엘리트라 할지라도 그 행위가 존중받아야 그제서야 사회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지적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 여러분에게 기대되는 것은 여러분이 노력과 시간을 들여 쌓아온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학문적 소양을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최대한 발휘하고자 스스로의 행위를 통해 그 활약의 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학위 소지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에는 학문 분야를 불문하고 공통된 요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폭넓은 교양, 정확한 지식과 기술, 논리적인 연구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과제에 창의적으로 맞서는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지구의 기후변화와 대규모 재난, 감염병 팬데믹, 전쟁과 글로벌 인구・식량 문제, 상대적 빈곤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 격차, 선진국의 저출산과 고령화 등 수많은 인류적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으며 의사결정에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들입니다. 옥스퍼드대학교 Associate Fellow인 과학철학자 제롬 라베츠(Jerome Ravetz)는 이를 포스트-노멀 과학 영역으로 표현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전과 건강, 환경과 윤리의 과학(The sciences of safety, health and environment, plus ethics)’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기존의 빅데이터와 초고속 연산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라베츠는 이 불확실성이 높은 사안들은 AI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AI가 대응할 수 없는 과제 중 하나는 헝가리 출신의 경제인류학자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가 고찰한 ‘암묵지(tacit knowledge)’입니다. 이는 최근 흔히 인간이 경험 속에서 획득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따라서 프로그램화할 수 없는 지식’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폴라니가 말하는 ‘암묵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다양한 사항들을 무의식적으로 연결하여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 즉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막스 베버(Max Weber) 식으로 말하자면 ‘착상’, 즉 ‘영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막스 베버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으로서의 학문’이라는 유명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공장에서나 실험실에서나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그것도 적절한 무언가가― 사람의 머리에 떠올라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착상은 억지로는 안 됩니다. 착상은 그 어떤 냉정한 계산과도 무관합니다. 물론 계산도 역시 필수 불가결한 전제조건이기는 합니다.” 베버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일반적으로 착장은 끈덕진 작업이라는 토양에서만 싹이 틉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열정적인 실천과 경험 속에서 다양한 사안을 통합하고 포괄하여 지식을 출현시키는 과정이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암묵지’이며, 새로운 통찰과 사상, 과학적 발견이 탄생하는 원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오랜 시간을 들여 다양한 학술 전문 영역에서 수련을 쌓아왔습니다. 그 속에서 축적된 학식도 중요하지만 그 실천 속에서 길러지고 단련된 암묵지의 힘이 앞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형식지(knowing what)’가 아닌 ‘실천지(knowing how)’이자 바로 창조의 원천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더 많은 연구의 세계와 실제 사회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데 각자의 위치에서 그동안 쌓아온 학식과 단련된 암묵지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직면하게 될 다양한 과제에 과감하게 도전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이 진정한 의미의 지적 엘리트로서 사회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는 활약을 함으로써 일본의 학위 소지 인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한층 더 높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축사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오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 는 <직업으로서의 학문>(막스 베버 지음, 전성우 옮김, 나남, 2006년)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