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졸업식 축사(2024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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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대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 長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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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대학 여러 학부에서 학사 과정을 수료하고 오늘 떳떳이 졸업식을 맞은 2,787명 여러분,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이무라 히로오(井村裕夫) 전 총장님, 야마기와 주이치(山極壽一) 전 총장님, 참석하신 이사, 관계 부국장을 비롯한 교토대학 교직원 일동 및 재학생을 대표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졸업하는 날까지 여러분을 지원하며 격려해 주신 가족 및 친척 여러분도 정녕 기쁘시리라 생각합니다. 졸업생 여러분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축하드립니다. 교토대학은 2022년 창립 125주년을 맞았는데, 1900년에 제1회 졸업식을 치른 이래 124년에 걸쳐 교토대학이 배출한 졸업생은 여러분을 포함해 225,898명이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여러분 대부분이 신입생으로 교토대학에 입학하신 2020년 4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해 일본 전역에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졌던 시기여서, 오프라인 입학식도 중지해야만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시작된 새로운 대학 생활에서는, 본래 강의실에서 교수님 및 다른 많은 동기들과 함께 한 자리에 모여 들어야 했을 강의는 생소한 온라인 형식의 강의로 변경되고 즐겁게 누려야 했을 클럽이나 동아리 등 동호회 활동도 중지되면서 여러분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이나 자취방에 틀어박혀 생활해야만 했습니다. 입학하자마자 맞이한 이런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무척이나 고독하고 불안한 마음을 느끼신 분도 많았을 줄 압니다. 딱 1년 후인 2021년 4월에는 코로나19 확산이 잠시 주춤했던 틈을 타 신입생 입학식을 거행하기로 했는데, 그 기회에 이미 2학년이 되셨던 여러분께도 1년 늦은 입학식을 개최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 때의 여러분과 오늘 이렇게 함께 한 자리에 모여 졸업식을 맞게 되다니, 정말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1년 늦은 입학식 축사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대학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새로운 ‘자기 발견’이며, 이는 종종 새로운 ‘만남’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조차 못 했던 사태가 벌어지기는 했어도 그 때까지의 고교 생활과는 아주 다른 대학 생활을 보내며 여러분에게는 새로운 친구나 선배, 매료된 책, 마음에 남는 사건 등 다양한 ‘만남’이 있으셨을 줄 압니다. 그 가운데 새로운 ‘자기 발견’은 있으셨나요?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식을 종종 Commencement라고 합니다. 미국 대학은 대부분 입학식이 없는 대신 졸업식을 성대하게 열어 축복합니다. Commencement는 본래 ‘시작’, ‘개시’를 뜻하는 말인데, 대학 졸업식에 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이것이 ‘인생을 시작’하는 의식과 다름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일 겁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Andrew Scott 교수와 Lynda Gratton 교수의 공저 “100세 인생(The 100-Year Life: Living and Working in an Age of Longevity)”에는 가장 좋은 조건하에서라면 21세기에 태어난 일본인 중 50%는 족히 100세를 넘어 살 것이라는 통계 예측이 나옵니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바로 그 21세기의 아이들이며, 앞으로 아주 기나긴 인생을 걸어가시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학생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은, 훨씬 풍요로운 ‘만남’이 찾아오게 될 겁니다. 따라서 대학 생활의 끝은 결코 자기를 발견하는 여행의 끝이 아니며, 여러분의 자기 발견을 위한 여행은 앞으로 반세기 이상 이어지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새로운 만남을 받아들이는 문호를 가능한 한 활짝 열어 두고, 두려움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기 발견이야말로 여러분이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가능성과 역량을 남김없이 끌어내 진정한 ‘자기 발현’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21세기의 아이들인 여러분에게 주어지는 ‘100세 인생’은 이러한 자기 발견과 자기 발현의 프로세스를 서두르지 말고 찬찬히, 때로는 여러 번 다시 시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 줍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11년 3월, 본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여러분의 선배 아오야마 메구미(青山愛) 님은 방송국에 취직해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1년의 미국 대학 유학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자원봉사 활동과 홈스테이 등 활발한 해외 활동을 경험하는 가운데, ‘언젠가는 국제 기관에서 일해 보고 싶다, 국제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동경이 커졌다고 합니다. 졸업 후 바로 취직한 방송국에서는 아나운서와 뉴스 진행자로 TV를 중심으로 언론계에서 크게 활약했지만, 대학 시절 품었던 뜻을 버리지 못하고 2017년 미국의 외교대학원에 입학해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제네바에 본부가 있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대외협력 담당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지난 도쿄 패럴림픽 때는 난민 선수단과 함께 선수촌에 머물며 그들을 지원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하자 바로 우크라이나로 건너가 현지에서 인도적 지원 임무를 담당했습니다. 현재는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 파견되어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주변국에서 난민 지원을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 공익을 위해 일하고픈 일념에 30세를 목전에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해외 대학원으로 진학했으며, 그리고 바야흐로 지금 정신 없이 변화하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국제 기구의 제일선에서 난민 지원을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아오야마 메구미 님이 그런 활동 속에서 또 어떠한 자기 발현의 여행을 이어나갈지, 저도 매우 기대됩니다.
 
 이 아오야마 메구미 님의 경우처럼, 새로운 만남을 가져다 주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해외로 나가는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해외 여행 경험이 있는 분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중요한 것은 비록 단기간이라도 해외의 전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실제로 일상 생활을 해 보는 것입니다. 저 자신도 본교 의학부를 졸업한 후 당시 인턴이라 불리던 임상 연수에 들어갔는데, 기회를 얻어 연수 종료 후에 바로 뉴욕에 있는 대학 연구실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이 연구 유학은 학생 시절에 우연히 읽은 한 권의 면역학 책에 매료되어, 의학부 연구실을 찾아가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며 실험할 기회를 얻었던 것이 맨 첫 발단이 되는 계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물리나 화학 실험을 정말 못해서, 나는 실험 과학에는 안 맞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시도해 본 생물학 실험이 너무 재미있는데다 적성에도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실험에 빠져든 사이에 마침 또 우연히 일본 학회에 초대받아 방일하셨던, 나중에 저의 평생 스승이 되시는 교수님과 만남을 가질 기회를 얻었고, 그 교수님의 연구실로 유학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저는 20대 후반의 만 3년을 뉴욕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거기서의 일상 생활은 그때까지와는 전혀 달라서 문자 그대로 매일이 새로운 만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때까지 굳이 말하자면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뉴욕 연구실에서는 ‘데이터 머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실험에만 전념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젊은 연구자들과 늘 떠들썩한 토론을 벌이곤 했습니다. 그 중 몇 명과는 지금도 친한 친구 관계로 지내고 있습니다.
 
 제 경우도 모든 것의 시작은 학생 시절 한 권의 책과의 만남이었으며, 그 만남이 없었더라면 제 자기 발견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이를 계기로 찾아온, 당시로서는 꽤나 모험적이라 여겨졌던 20대 후반의 해외 유학에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그 후의 제 인생도 매우 다르게 흘러갔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모쪼록 기회를 잡아서 해외 생활을 경험해 보시기를 강력히 권장하고자 합니다. 젊으면 젊을수록 미래에 대해 더 커다란 포부를 얻게 될 겁니다. 참고로 저는 학생 시절 이래 빨갛고 파란 밑줄을 무수히 많이 그어 놓아 너덜너덜해진 그 책을, 지금도 제 책장 한가운데에 꽂아 놓았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여러분의 긴 여정은 반드시 탁 트이고 곧게 뻗은 길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길모퉁이가 많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매년 졸업생들께 말씀드렸듯 여러분에게도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맞아 100년 이상 전에 발표된 캐나다 소설가 Lucy Maud Montgomery가 ‘빨간 머리 앤’의 주인공 앤 셜리의 입을 빌어 말한 대사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I love bended roads. You never know what may be around the next bend in the roads“ “나는 길모퉁이가 있는 길을 참 좋아한다. 다음 모퉁이를 돌면 대체 어떤 풍경일지, 어떤 사람과 만나게 되고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이 대하 소설 밑바탕에 일관되게 깔려 있는 것은 인생과 자연에 대한 자유롭고 끝없는 호기심과 타자에 대한 무한한 감정 이입, 그리고 한없이 밝은 낙관주의이며, 불우한 소녀 시절을 보낸 앤 셜리의, 앞으로 만날지도 모르는 멋진 사람들과 다양한 새로운 사건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긴 인생에도 많은 ‘길모퉁이’가 등장하겠지만 반드시 지름길이나 가장 가까운 경로를 걸을 필요는 없으며, 좀 돌아가거나 먼 길을 택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오늘 졸업식은 새로운 인생의 Commencement, 즉 시작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나아갈 길이 더 깊은 연구의 길이든 실제 사회에서의 새로운 생활이든, 저는 여러분이 건전한 비판적 정신과 타자에 대한 섬세한 공감, 그리고 자유롭고 한없이 밝은 낙관주의를 겸비한 자립적인 사회인으로 힘차게 날아오르길 진심으로 기대하며 제 축사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