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학부 입학식 축사 (2026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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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대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 長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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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토대학에 입학하신 2,942명의 여러분,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내빈으로 오신 야마기와 주이치(山極壽一) 전 총장님, 쓰지모토 야스히로(辻本泰弘) 님, 그리고 참석하신 이사, 관계 부국장님을 비롯한 교토대학 교직원 일동과 함께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의 여러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여러분을 지원해 오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드디어 입학식을 맞이하게 되어 기쁨이 남다르겠지만 여러분의 지금까지의 노력은 물론, 동시에 여러분의 노력을 다양한 형태로 지지해 주신 가족, 선생님, 친구 등 많은 분들의 든든한 지지와 격려의 힘도 매우 컸을 것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말고 꼭 가슴에 새겨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교토대학의 학생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대학 입학을 큰 목표로 삼아 열심히 노력해 오셨습니다. 그것은 여러분 인생의 단계 중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스스로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 여정을 시작하는 오늘 저는 여러분께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의 세계로 들어서게 될 텐데, 그곳에서는 글을 쓰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의 감정과 사고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즉 ‘쓰는’ 것은 곧 ‘표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깊이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가장 적절한 어휘와 적합한 표현을 선택하며,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생각하지 않고 쓰는 것도 쓰지 않고 생각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의 보급으로 인해 주어진 과제에 대해 거의 순식간에 그 응답이 정리된 문장으로 생성됩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문장은 아무리 논리 정연하더라도 그것은 당연히 여러분 스스로가 만든 표현이 아닙니다. 문장의 달인으로 불리는 면역학자 다다 도미오(多田富雄) 교수님은 유전학자 야나기사와 게이코(柳澤桂子) 박사님과의 왕복 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과학자는) 자신이 감동하며 발견한 것을 같은 감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잘 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에는 SNS의 보급으로 인해 개인 간의 소통도 직접적인 대화보다 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SNS를 통한 소통에서 중시되는 것은 무엇보다 속도이며 이는 가능한 한 짧고 간결한 문자 정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 결과 깊이 생각한 말이나 가장 적절한 감정 표현보다는 ‘클리셰’라고 불리는 진부한 표현이나 관용구, 나아가 이모티콘까지 안이하게 남용되고 사람들의 어휘와 표현이 점차 단조롭고 빈약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역사학자이자 현재 토론토 대학교 교수인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 교수는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 1949년에 발표한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서 묘사한 ‘뉴스피크(Newspeak)’를 상기시킨다고 말합니다. 이 소설에서 묘사된 독재자 ‘빅 브라더’가 뉴스피크를 도입한 목적은 언어를 철저히 간소화하고 어휘의 양을 줄임으로써 국민의 사고 범위를 축소하고 단순화하는 데 있다고 여겨집니다. 어떤 단어가 사라지면 그것이 의미하는 개념도 결국 사라지게 되므로 어휘의 감소나 개념의 빈약화가 사고나 토론의 쇠퇴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도 소멸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탄탄한 자신의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탄탄하게 쓰인 글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다다 도미오 교수는 본교 출신으로 항체 유전자의 재구성이라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1987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 교수의 논문을 읽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명료함, 논리, 정확성, 견고한 구성. 과학 논문은 이래야 한다고 감탄한 기억이 있습니다. 홈런을 친 타자처럼 행간에 감동이 넘쳐났습니다.”

저도 대학 3학년 무렵, 현대 면역학 이론의 확립으로 1960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프랭크 맥팔레인 버넷 경(Sir Frank Macfarlane Burnet)이 쓴 『Cellular Immunology(세포성 면역)』(Melbourne University Press, 1969)이라는 책을 접했습니다. 그 내용은 난해해서 당시 제대로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지막 장의 서두에 있는 문장은 지금도 선명하게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바로 이 문장입니다. “In the last decade there has come into being, without either flourish of trumpets or serious controversy, a general current of belief in what I have come to call 'immunological surveillance'.” 여러 번역본이 나와 있는데 저는 다음과 같이 번역하고 싶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대대적인 선전도 격렬한 논쟁도 없이, 어떤 사상이 세상에 전파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면역 감시 기구’라고 부르게 된 개념입니다.”

이 획기적인 개념에 도달하기까지의 지적 여정이 버넷 경의 절제된 흥분과 강한 확신과 함께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책이 저와 암 면역학의 첫 만남이었고 그 후의 연구에서 평생의 과제를 제시해 준 셈입니다. 오늘날 생성형 AI에게 ‘항체 유전자 재구성’이나 ‘암 면역 감시 기구’ 등에 대해 질문하면 거의 순식간에 매우 간결하고 정확하게 알려줄 것입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글은 이러한 놀라운 사실이나 훌륭한 개념의 발견에 따른 생생한 흥분이나 감동을 결코 전해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교토대학에서는 재작년부터 학부 입학식 개최에 맞춰 여러분의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본교 경제학부를 졸업 후 미국 대학원 유학을 거쳐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의 대외협력 담당관으로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분쟁 지역에서 난민 지원 활동을 펼치고 계신 아오야마 아이(青山愛) 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본교 공학부 건축학과를 졸업 후 스위스 대학에 유학하고 해외의 저명한 건축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은 뒤 독립하여 홍콩과 도쿄에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설립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계신 건축가 고무로 마이(小室舞) 님을 모셨습니다. 올해는 본교 농학부 졸업생으로 현재 국립연구개발법인 국제농림수산업연구센터의 프로젝트 리더인 쓰지모토 야스히로(辻本泰弘) 님을 모셨습니다. 쓰지모토 야스히로 님은 대학원 시절 방문했던 마다가스카르에서 심각한 빈곤과 기근 등 아프리카가 직면한 현실을 직접 경험하셨습니다. 이로 인해 현대 아프리카의 식량 문제와 환경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강한 바람으로 오늘날까지 아프리카 최전선에서 현장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그 경험을 비롯한 이야기를 잠시 후 들어보겠습니다.

이러한 여러분의 선배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흥미나 이상, 사명감 등에 따라 말 그대로 전 세계를 누비며 경험과 실적을 쌓아오셨다는 점입니다.

저 또한 앞서 말씀드린 학창 시절 버넷 경의 책과의 만남을 계기로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연구실에서 암과 면역에 대한 고대하던 연구를 실제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대 후반의 3년 동안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젊은 연구자들과 대학원생들과 함께 서로 열심히 연구 생활을 보냈는데 이때의 경험이 그 후의 인생 길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해외 생활이라는 경험이 없었다면 제 인생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발견은 새로운 만남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지만 특히 다른 나라에서의 생활은 여러분에게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고 여러분의 인생을 한 차원, 두 차원 더 도약시켜 줄지도 모릅니다.

교토대학은 여러분이 재학 중에 해외를 방문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필요한 조언과 경제적 지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라도 실제로 해외에서 생활하고,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과 교류하는 경험은 분명 여러분 안에 아직 숨어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시작될 교토대학에서의 학생 생활 속에서 여러분이 가급적 많은 새로운 만남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여 앞으로의 긴 인생의 목표를 찾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축하 말씀을 대신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