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대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 長博)
교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실 2,144명 여러분, 석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56명 여러분, 법무박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40명 여러분, 박사 학위를 받으실 616명 여러분,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학위를 취득한 분들 가운데 유학생 508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교토대학이 수여한 학위는 석사 학위 97,295명, 석사 학위(전문직) 3,025명, 법무박사 학위(전문직) 3,195명, 박사 학위 50,334명이 되었습니다. 참석한 이사, 관계 부국장,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를 비롯한 교토대학 교직원 모두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각자의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고 교토대학의 석사 또는 박사 학위 소지자로서 더욱 고도의 연구 세계로, 혹은 새로이 실제 사회로 나아가게 됩니다. 여러분은 일본에서 여러분과 같은 학위 소지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계시나요? 일본 문부과학성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의 ‘과학기술지표 2025’에 의하면 2022년도 일본 인구 100만 명당 석사 학위 취득자 수는 602명입니다. 이는 영국 6,057명, 미국 2,649명, 독일 2,430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으며, 중국 655명보다도 적은 수치입니다. 또 박사 학위 취득자 수도 일본은 인구 100만 명당 겨우 123명으로, 영국 355명, 한국 342명, 독일 314명, 미국 286명 등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의 대학원 진학자 증가율이 OECD 가입 선진국들에 비해 명백하게 낮기 때문임에 틀림없습니다. 예전부터 ‘과학기술입국’을 표방해 온 일본에게 이는 커다란 우려 사항이어서, 1990년대 이후 문부과학성은 국립대학법인의 대학원 중점화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까지는 대학원생이 급증했으나 2010년 이후에는 그 수가 정체되면서 특히 박사 과정에서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대의 대학원(Graduate School) 시스템은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존스홉킨스대학교에 의해 독일 연구형 대학을 모델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까지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교육 기관이었던 대학을 졸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독자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통한 학위 수여를 요건으로 편성한, 고도로 전문적인 교육 과정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20세기 이후 이 대학원 시스템은 급속히 미국 전역으로 보급되어 학위를 취득한 인재가 아카데미아는 물론 정계와 관계, 지자체, 산업계, 언론계, 교육계, 더 나아가서는 NGO와 싱크탱크까지 문자 그대로 best and brightest 엘리트로서 20세기 미국의 발전에 지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적어도 최근까지는 학위 소지자가 미국과 같이 사회의 폭넓은 영역에서 활약하는 상황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 경영인, CEO 중 학위 소지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70% 가까이에 달하는 데 비해 일본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선진국들 중 일본에서 대학원 진학자 수, 더 나아가 학위 취득자 수가 정체되게 된 가장 커다란 요인 중 하나는 학위 취득자에 대한 사회적 커리어 패스 형성이 정비되지 못한 데 있을 것입니다. 이는 대학과 사회 둘 다에 원인이 있을 것 같은데, 최근 이런 상황에 급속히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대학을 보면 역사적으로 일본의 대학원은 아카데미아적 성향이 강하며, 특히 박사 학위 취득자의 커리어 패스는 주로 대학 교수나 연구기관 연구자로 여겨져 왔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특히 자연과학 영역에서는 박사 학위 취득자가 연구자로 자립하고자 하는 경우 몇 년 동안 박사후 연구원, 이른바 포닥(postdoc)이라 불리는 말하자면 훈련 기간을 거쳐서 아카데미아의 교수나 연구자로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박사후 연구원 기간은 연구자로 자립하기 위한 실천적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도 중요한 프로세스이며, 그 고용 경비는 연구자의 급여로 지출되는 것이 통례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공적 연구 자금으로 박사후 연구원 고용 경비가 인정되지 않았던 바, 이 제도가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 대학에서는 대학원생의 학위 연구가 대학 연구력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학위 취득 후 자립 연구자로 향하는 커리어 패스가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드디어 상당한 공적 연구 자금에서 박사후 연구원 고용 경비가 인정받게 되었으며, 그 포지션도 늘어났습니다. 본교에서도 국제탁월연구대학(University for International Research Excellence) 선정을 위해 박사후 연구원과 다향한 청년 연구자 포스트를 준비하고 박사 학위 취득자에서 자립 연구자로 가는 커리어 패스를 명확하게 제도화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는 학위 취득자에 대한 사회의 반응입니다. 과거 ‘동양의 기적’이라 불렸던 2차대전 후 부흥과 발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도 20세기 말부터 급속한 기술 혁신과 세계화 진전 속에 그 성장은 단숨에 속도를 잃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대학의 존재 의의’가 민관 모두에게 커다란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폐쇄적 상황 속에서 학식과 국제의 상징인 대학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아졌음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특히 2024년 문부과학성이 내놓은 ‘박사 인재 활약 플랜 ~박사를 따자~’나 국공사립 대학과 경단련 대표자로 구성된 ‘박사 인재에 관한 산학협의회합’에서 최근 공표된 ‘박사 인재가 활약하는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 ~지향해야 할 모습과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표되는 제언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 커다란 기대 중 하나는 고도의 학식을 겸비한 학위 취득 인재의 사회적 활약에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즉 정부와 산업계 등 국가 차원에서 학위 취득자가 사회의 다양하고 폭넓은 영역에서 대학원 과정에서 습득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본교에서도 대학원 교육 지원 기구에서 사회의 고도화와 다양화, 글로벌화 진전 등에 따라 고조되는 인재 양성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원 공통 교육 코스를 개설했으며, 많은 대학원생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특히 미국의 벤처 기업 붐 영향을 받아 일본에서도 대학에서 연구 성과의 직접적인 사회 구현을 시도하는 대학발 스타트업 벤처 활동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본교에서도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에 의한 이 활동을 다양한 수준에서 지원하는 체제를 정비해 왔습니다. 그 결과 본교에서 이미 400개가 넘는 대학발 스타트업 벤처가 태어났습니다 이 중에는 에너지, 환경, 식량, 건강 등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대한 공헌을 강하게 의식한, 이른바 임팩트 스타트업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벤처란 일반적으로 창업을 의미하지만 특히 대학발 스타트업 벤처에는 스스로의 연구 성과를 통해 ‘사회에 변혁을 일으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그 기저에 있습니다. 이는 우리 연구자들이 전통적으로 중시해 온 개척 정신과도 연결되는 듯합니다. 스타트업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시도는 비록 하나 하나 따로 보면 작더라도 이윽고 서로 결합되어 기대를 뛰어넘는 이노베이션을 일으켜서 사람들의 생활과 사회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박사 학위는 PhD라 불립니다. PhD는 라틴어 Philosophiae Doctor(필로소피아이 독토르)의 줄임말로, 원래 전통적 4개 학부 중 신학, 법학, 의학 등 실학문을 제외한 철학부 학위를 나타내는 말이었는데, 그러다 영역에 관계 없이 진리 발견에 기여하는 학술이라면 모든 분야 박사 학위를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존스홉킨스대학교의 Daniel Gilman 초대 총장 전기에는 박사란 ‘변화무쌍한 학위’(the protean PhD)라고 쓰여 있다고 합니다. 커다란 변화 속에 있는 현대야말로 ‘지식으로서의 과학’은 물론, 무엇보다 ‘과학하는’ 것을 배우고 이성의 수련을 거듭해 오신 여러분과 같은 인재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문자 그대로 변화무쌍하게 활약할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인구당 학위 소지자 수가 가장 많은 영국 대학원에서는 학생이 학위 연구 중에 문제 발견이나 해결에 기여하는 보편적인 스킬을 습득하는 것이 가장 중시됩니다. 이런 기본적 스킬은 대상 문제가 바뀌어도 응용할 수 있어서 전이 가능한 스킬(Transferable Skills)이라 불리며 학위 소지자가 실제 사회에서 새롭게 조우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중요한 역량으로 여겨집니다. 일본의 대학과 사회도 마침내 학위 소지자가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게 된 오늘날, 여러분이 학위 소지자로서 사회의 어떤 곳에서 어떻게 활약하는지가 사회 전체의 커다란 관심사가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저는 어떤 의학 지식재산 관련 국제 재판에서 증인으로 미국 법정에 출석해 선서 증언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 미국 담당 변호사들이 매우 해박한 생명과학 전문지식과 높은 이해력을 지니고 계셔서 대단히 놀랐습니다. 법률 전문가가 어떻게 그렇게 생명과학을 잘 아시냐고 물어보니 그들은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배운 후 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했으며, 게다가 그 중 한 명은 박사후 연구원까지 거친 후에 로스쿨에 다시 들어가 법률 공부를 해서 과학 전문 변호사가 되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인생은 길고, 우리처럼 인생의 커리어를 중간에 크게 바꾸는 일은 미국에서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라 말씀하셨던 것이 아직 기억납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세계에서 지금까지 배양해 온 수련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널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크게 활약하시길 진심으로 기대하며, 제 축하 말씀을 갈음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