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대학원 학위 수여식 축사 (2017년 3월 23일)

제26대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

오늘 교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실 2,191명 여러분, 석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47명 여러분, 법무박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31명 여러분, 박사 학위를 받으실 555명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위를 받으실 여러분 중에는 유학생도 343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계치를 보면 교토대학이 수여한 석사 학위는 76,605개, 석사 학위(전문직)는 1,539개, 법무박사 학위(전문직)는 1,992개, 박사 학위는 43,301개입니다. 참석하신 부학장, 연구과장, 학관장, 학사장, 교육부장, 연구소장, 리딩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를 비롯한 교직원 일동 모두 함께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토대학이 수여하는 석사와 박사 학위는 박사(문학)와 같이 각 전공 분야가 설정되어 있으며 총 24종에 이릅니다. 또 5년 전부터 시작된 리딩 대학원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수료하신 여러분 학위기에는 그 내용이 추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여러분이 밤낮으로 절차탁마하며 역량을 갈고 닦아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을 저는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학위 수여는 여러분의 지금까지의 노력의 도달점이며 앞으로의 인생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오늘 수여된 학위가 앞으로 인생의 길을 열어 나가는 데 있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저는 총장에 취임한 이래 대학을 사회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창으로 삼는 WINDOW 구상을 제창해 왔습니다. 세상이 대학에 기대하는 교육, 연구, 사회공헌이라는 세 가지 역할 중 교육을 대학 전체의 공통 미션으로 삼고 전교 차원의 협력하에 유능한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의 역량을 키워 각자 활약할 수 있는 장으로 내보내 왔습니다. WINDOW 구상의 첫 글자 W는 WILD and WISE, 야생적이고 현명한 역량의 육성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세계의 급격한 움직임에 좌우되는 일 없이 독창적인 생각을 전파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여러분이 아무쪼록 그 모범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또 WINDOW 구상은 여성의 활약을 지원해 희망 있는 사회를 구축해 나가기를 주창하며 남녀 공동 참여 추진 액션 플랜을 제시했습니다. 오늘 학위를 받으신 여러분 중에는 726명의 여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수는 해마다 증가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살려 남녀가 차별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분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오늘 학위가 수여된 논문에 대한 보고서를 훑어보니 교토대학다운 보편적 현상에 착안한 다채롭고 심도 깊은 기초연구가 많다는 인상과 함께 오늘날 세계의 동향을 반영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글로벌화로 인한 이문화와의 교류, 다문화 공생, 사람의 이동과 물건의 유통, 지구 규모의 기후변화와 재해,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법과 경제의 재고찰, 마음의 병을 포함한 많은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등입니다. 대부분의 연구 주제는 제가 몸담은 학문 분야를 벗어난 것이라 제 이해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지만 그 중에도 제가 흥미를 느낀 논문을 몇 개 소개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농학연구과 후지와라 게이코(藤原慶子) 씨의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환경 중에 방출된 방사성 텔루륨에 의한 내부 피폭 선량 평가'는 지금까지 동위체 반감기가 비교적 짧은 등의 이유로 고려되지 않았던 방사성 텔루륨에 대해 구체적인 피폭 선량을 측정한 세계 최초의 보고입니다. 후쿠시마현에서 채취한 토양을 포함한 여러 토양을 대상으로 토양에서 식물로의 텔루륨 흡수를 실험적으로 분석해 일반 공중이 입은 내부 피폭 선량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낮으나 방사성 요오드나 세슘에 의한 내부 피폭 선량에 비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방사선 피폭에 대해 우리를 일깨워 주는 논문입니다.

인간/환경학연구과 후지이 마키(藤井真樹) 씨의 '실감으로서의 타자와의 "유대"'는 기존 타자 이해 연구에서 '공감'이나 '상호주관성' 등의 개념이 애초부터 자타가 구분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나왔다는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유대'의 실감은 오히려 자타미분의 신체적 차원에서 생겨날 수 있는 것으로 그 자리에서의 감각질을 감수(感受)함으로써 타자와 '함께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생각은 타자와의 관계 구축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이학연구과 와타나베 준야(渡辺順也) 씨의 'Comparative ontogeny of avian limb skeleton: implication for ontogenetic aging and evolutionary variability, with special emphasis on the evolution of avian flightlessness'는 조류 중에 날지 못하는 새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다섯 과 새의 사지골 성장 단계 형상을 자세히 비교해 밝혀 냈습니다. 비교 결과 개체 발생의 방향이 과마다 서로 다르며 비행 능력 소실이 여러 번 진화한 오리류의 경우 상지가 새끼 단계에서는 매우 작고 성장과 함께 급속도로 자라난다는 사실이 판명되었습니다. 몇몇 기존 가설 중에서 개체 발생의 진행을 늦춰서 성체의 형태를 바꿔 비행 능력 소실을 실현시켰다는 생각을 지지하는 검증이며 개체 발생의 방향을 통해 형태 진화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길을 열어 준 논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학연구과 오혜철 씨의 '종합적 호소 유역 관리의 실현을 위한 수환경 관리 지원 시스템 구축: 한국 팔당호 유역을 대상으로'는 한국 인구의 약 46%가 상수원으로 이용 중인 팔당호의 종합적 호소 유역 관리 실현을 위해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기상, 토양 등 환경에 관한 수치를 입수해 데이터베이스를 정비함과 동시에 현탁 물질과 영양 염류 등을 산출하기 위한 유역 시뮬레이션 모델을 구축해 검증했습니다. 이에 기반해 제언한 수질 개선 대책은 다른 호소 유역의 유역 관리나 유역 환경 보전에도 효과적이며 널리 응용할 만한 높은 가치를 지녔다 평가 받았습니다.

문학연구과 이와이 겐타로(岩井謙太郎) 씨의 '슈바이처의 "생명에 대한 외경"의 윤리 - 종교, 철학 및 실천을 매개하는 윤리로서의 시좌를 통한 접근'은 '밀림의 성자'로 불리는 전설적인 슈바이처의 위업을 '생명에 대한 외경'의 윤리라는 시점에서 파악하고 거기에 자기완성적 요소와 타자헌신적 요소가 함께 구조적으로 포함되어 있음을 지적합니다. 저는 고릴라 조사를 위해 여러 번 슈바이처가 활약했던 아프리카 가봉 공화국을 찾았고 그가 설립한 병원을 견학한 적이 있는데 본 논문이 밝힌 슈바이처의 식민지, 노동, 문화, 교육에 대한 고찰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자가 지적하듯 그 내용에서는 현대의 환경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엿보입니다. 이 논문들은 현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나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날카로운 분석의 칼로 해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증거와 제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적절한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제목만 봐도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져 내용을 읽고 싶어지는 논문과 제 이해력을 초월한 수많은 훌륭한 연구가 학위 논문으로 완성되어 있어 저는 그 다양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런 다양성과 창조성, 첨단성이야말로 앞으로의 세계를 바꾸는 사상과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러분은 몇 년간의 연구 생활을 통해 어떤 정신을 갈고 닦으셨나요? 거기에는 교토대학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것이 있을 터입니다. 저는 최근에 이를 '교토 엘리트'라는 단어로 표현한 영국 학자가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습니다. 1984년 가을 3개월 정도 일본을 방문했던 레딩대학의 고생물학자 Beverly Halstead 박사님입니다. 박사님은 당시 다윈 진화론에 이의를 제기한 교토대학의 이마니시 긴지(今西錦司)를 비판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는데 중간에 본인의 오해를 깨닫고 남은 체류 기간 동안 교토대학 연구자들을 이해하는 데 힘썼습니다. 그 인상을 엮은 책 속에서Halstead 박사님은 기존에 알려졌던 '교토학파'가 아니라 '교토 엘리트들'이라는 호칭으로 이마니시의 주변 생물학자들을 특징지었습니다.

박사님 말에 따르면 교토 엘리트의 기풍(에토스)은 의견 차이를 초월하는 것입니다. 보통 의견이 대립되면 서로 다른 진영으로 갈라져 버리게 마련인데 교토 학자들은 대립하면서도 우애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스승과 의견을 같이하지 않으며, 그럼에도 경의의 마음으로 끈끈히 맺어져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옥스퍼드대학과 비슷한, 비범함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자유로운 토론의 전통을 보았다고Halstead 박사님은 말합니다. 이 전통이야말로 학생들에게 다른 이들에 대한 이해와 분별을 가지고 행동하는 역량을 키워 주며, 필요할 때는 언제나 힘주어 발언하는 용기를 지닌 명석하고 솔직하며 공명정대한 젊은 졸업생을 배출한다고 그는 단언했습니다. 저도 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작고하신 오카다 도킨도(岡田節人) 씨도 바로 그 교토 엘리트를 대표하는 연구자였습니다. 생물학자라는 소박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는 세련된 학자로 빨간 청바지에 선글라스를 쓴 채 담배를 물고 새빨간 알파로메오를 타고 캠퍼스에 등장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발생생물학 분야에서 많은 학자를 육성하고 생물물리학 교실이라는 새로운 탐구의 장을 만들었으며 예술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한 평론을 쓰는 등 다재다능한 분이었습니다. 과학과 예술, 문학은 인간의 창의성의 표현이며 거기에는 공통된 플레이버가 있어서 무엇도 시대의 역사나 사상과 관련 없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시대에 대한 감성을 가지는 것이 학문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며 각 나라에 각 시대의 과학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전 세계의 과학에 대한 태도가 매우 획일화되었으며 특히 기술과 연계되어 사회 전체 속에서 생물 학문도 양식적으로는 기업의 그것과 거의 다르지 않게 되어 버렸음을 한탄했습니다. 본인의 학문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지식과 예술을 폭넓게 받아들여 연구자가 각자 자기만의 플레이버를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던 거겠지요.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도 교토대학에서의 연구 생활을 통해 교토 엘리트로서의 자질을 갈고 닦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분야에 널리 눈을 돌려 활발한 대화를 통해 나만의 플레이버를 만들어 냈을 겁니다. 그것은 교토대학에서 배운 증거이며 여러분의 앞으로의 생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 될 것입니다. 또 여러분의 학위 논문은 미래 세대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며 여러분이 남기는 발자취는 다음 세대의 목표가 됩니다. 그 가치는 여러분이 교토 엘리트로서의 자긍심과 리터러시를 유지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과학자들의 부정 행위가 잇따름에 따라 사회로부터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교토대학에서 배양한 연구자로서의 자긍심과 경험을 살려 아무쪼록 찬란히 빛나는 인생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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