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대학원 입학식 축사 (2016년 4월 7일)

제26대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

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석사 과정 2,307명, 전문직 학위 과정 318명, 박사(후기) 과정 854명 여러분, 입학 축하드립니다. 참석해 주신 이사, 부학장, 연구과장, 학관장, 학사장, 교육부장, 연구소장 및 교직원과 함께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 지금까지 여러분을 지원해 주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 드립니다.

이제 여러분은 학문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각 학문 분야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교토대학에는 다양한 학문 분야 대학원이 설치되어 있으며 총 23종의 학위가 수여됩니다. 18개 연구과, 14개 부설연구소, 17개 교육연구시설이 여러분의 배움을 지원합니다. 석사 과정에서는 강의를 듣고 실습과 필드워크를 통해 학부에서 배양한 기초 지식/전문 지식에 더해 더욱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갈고 닦는 것이 요구됩니다. 전문직 학위 과정에서는 강의 외에 실무 실습, 사례 연구, 현지 조사 등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로부터 배울 기회가 많아집니다. 박사 후기과정에서는 논문을 쓰는 것이 중심이 되어 이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선행 연구와의 비교 검토가 반드시 필요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해 얻은 자기 생각을 동료에게 말하고 그 진가를 반복해 확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말하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잘못된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면 취합한 데이터는 내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우선 내가 알고 싶은 것이 대체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가설을 세워야 하며 그 가설에 맞는 방법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토대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면서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야생 원숭이와 고릴라를 대상으로 필드 조사를 해 온 저는 이 단계에서 오랫동안 고생을 거듭했습니다. 일단 야생 고릴라가 인간에 익숙치 않아서 생각만큼 행동과 사회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숲 속을 걸으며 고릴라 흔적을 찾고 신선한 발자국을 찾으면 그걸 따라 고릴라를 추적하길 계속했습니다. 운 좋게 고릴라를 만나도 인기척을 느낀 고릴라가 한 번 소리지르면 무리 전체가 시야에서 싹 사라져 버리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그래서는 행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고릴라의 행동를 추측하기 위해 변을 채집해 그 내용물을 보고 뭘 먹는지 동정(同定)하거나 밤마다 새로 만드는 잠자리 수와 크기를 보고 무리의 개체 수와 구성을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릴라는 점점 경계심을 풀게 되는데, 여기서부터가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고릴라도 인간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은 싫은지 위협해서 쫓아 버리려 합니다. 땅이 갈라질 듯한 고함을 지르며 돌진해 옵니다. 이 때 겁을 먹고 도망쳐 버리면 고릴라는 자기 생각이 맞았다, 인간은 공격하면 흩어져 달아나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아무리 위협해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버티고 서서 고릴라와 대치해야 합니다. 공격해도 소용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고릴라는 차츰 분노를 삭이며 인간이 다가오는 것을 허용하게 됩니다.

우리 관찰자들이 뒤를 밟는 것을 고릴라가 신경 쓰지 않게 되고 마침내 무리 속에 끼어들어도 평소 생활 패턴이 흐트러지지 않기에 이르러야 비로소 고릴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까지 보통 5년 이상 걸립니다. 그 동안은 원하는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니 간접적인 증거를 통해 고릴라는 틀림 없이 이렇게 행동할 거라고 억측만 거듭하는 나날이 계속됩니다. 그런 만큼 실제 고릴라 행동을 볼 수 있게 되어 그 억측을 확인했을 때의 감격은 한결 벅찹니다. 예를 들면 먹이를 배분하는 행동은 침팬지를 통해 잘 알려져 있었지만 고릴라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조사 대상이었던 고릴라가 높은 산에 사는 마운틴 고릴라인데다 달고 영양가 높은 과일이 열리지 않는 환경 조건에 있었기 때문이라 저는 생각했습니다. 최근 저지대 열대 우림에 사는 로랜드 고릴라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침팬지처럼 다양한 과일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지대 고릴라들은 틀림 없이 먹이를 나눠 먹을 거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그 장면을 볼 수 없을까 기대하며 고릴라를 쫓아다녔습니다. 그리고 한 무리의 고릴라들과 교류하기 시작해 6년째에 이르렀을 때 고릴라들이 풋볼 크기의 과일을 서로 나눠 먹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건 제가 상상했던 것 같은 침팬지의 배분 행동과는 또 달라서 과일 조각을 땅에 떨어뜨려 동료가 집어가게 하는 고릴라스러운 배분 방법이었습니다. 드디어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는 감격과 동시에 상상을 초월한 전개에 저는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을 사진찍는 데 성공하고도 고릴라의 배분 행동에 대한 논문을 완성하기까지는 4년이라는 세월이 더 걸렸습니다. 그 후 함께 조사한 동료들이 목격한 고릴라의 배분 행동도 포함해 상황을 분석하고 침팬지나 다른 영장류 보고들과 비교하며 고릴라 배분 행동의 진화사적 의의를 검토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즐거운 작업이었지만 때로는 대단히 참을성과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목격한 것이 전 세계에서 아직 아무도 체험한 적 없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의미를 밝히고 공표하는 것은 우리 의무라 느꼈습니다. 이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별 볼 일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발견이 고릴라 진화에 관한 기존 상식을 변화시키고 고릴라와 공통 조상을 가진 우리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선생님은 수상 13년 후인 1962년 열린 교토대학 교관연구집회에서 대학의 본래 사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내재하는 진리를 탐구하고 진리를 발견해 학생들에게, 후진들에게, 그리고 학교 외부 사람들에게도 진리를 전달하는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진리의 성격에 대해 유카와 선생님은 우선 진리란 그 현실적 모습을 보면 다방면에 걸쳐 집적된 매우 많은 사실, 이들 사실 전체 중 일부분을 지배하는 법칙, 이들 법칙 중 몇 가지를 자기 안에 포함하는 이론 체계 – 이런 모든 사실, 모든 법칙, 모든 이론 전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최종적 의미로서의 진리 전부는 아닙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진리는 부분적임과 동시에 아주 많은 방면으로 분화되어 있습니다. 같은 법칙, 혹은 원리가 다른 종류의 현상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성립하지는 않을 수 있으며 양쪽 모두에 공통 적용되는 원리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세계 각국 학자들의 손이 닿지 않은 영역, 즉 미지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 또 이미 연구의 손이 닿은 영역이라도 그곳에 많은 미해결 문제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연구자는 알고 있다고 유카와 선생님은 말합니다. 그리고 학문적 진리가 이런 성격을 가지기에 ‘진리의 탐구’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학문이란 전체로서 고정되어 버린 무언가가 아니라 새로운 사실, 새로운 법칙 – 한 마디로 말해 새로운 진리의 발견에 의해 변화하며 계속 성장해 가는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대학 연구를 산업계 발전으로 연계시키는 데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교토대학은 사회에 바로 도움이 되는 연구만을 장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교 이래 대화를 근간으로 한 자유로운 학풍을 전통으로 독창적인 정신을 함양해 왔습니다. 이는 다양한 배움과 새로운 발상에 의한 연구 창출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전문성 높은 연구의 길에 들어서게 될 텐데 이는 좁은 길을 따라 앞으로만 전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학우들,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대화를 통해 자기 발상을 연마하는 것이 진리의 길로 통하게 됩니다. 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여러분도 언젠가는 자기 전문이 아닌 다른 학문 영역에 눈을 돌리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에 필적하는 눈부신 활약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흥미가 이끄는 대로 연구 생활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토대학은 그에 걸맞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토대학에는 34개 유닛이 있으며 학제적으로 다양한 교육/연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과, 연구소, 연구센터가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니 아무쪼록 참여해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하고 창의성을 고양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또 박사 학위를 따고 실천적인 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5개 리딩 대학원 프로그램이 진행 중입니다. 교토대학 대학원 시슈칸(思修館), 글로벌 생존학 대학원 연계 프로그램, 충실한 건강장수사회를 구축하는 종합 의료 개발 리더 육성 프로그램, 디자인학 대학원 연계 프로그램, 영장류학/와일드라이프사이언스 리딩 대학원 프로그램이 있으며 각각 연계 대학원이 지정되어 있으니 아무쪼록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 최근에는 데이터 변조나 표절 등 논문 제작과 관련된 수많은 부정 행위가 지적을 받으며 사회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연구 윤리를 지키며 독창성 높은 연구를 수행해 커다란 성과를 올려 주셨으면 합니다.

일본에서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생이 산업계에 취직하기 어렵다고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국제화되어가는 가운데 박사 학위를 지닌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원 재학 중에 기업의 실천적 현장을 아는 것이 중요하므로 본교도 산학 협동 이노베이션 인재 육성 컨소시엄 사업의 일환으로 많은 기업들이 참가한 중장기 인턴십 및 매칭을 진행 중입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에 산업계 현장을 경험하고 자신의 역량과 연구 내용에 맞는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자 합니다. 또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역량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 최고 수준 대학들과 복수학위 및 공동학위를 늘리고자 합니다. 현재 교토대학은 런던, 하이델베르크, 방콕에 해외 거점을 두고 유럽과 아시아 대학들과의 연계를 강화시키고 있으며 올해는 북미와 아프리카에도 거점을 설치해 대학 간 교류의 장을 늘려갈 생각입니다. 또 이미 교토대학의 많은 부국들은 전 세계에 연구자 교류 네트워크 및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이들 거점을 활용하며 공동 연구 및 학생 교류를 촉진시켜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제고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처럼 교토대학은 교육과 연구 활동을 더욱 내실화해 학생 여러분이 안심하고 알찬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한 지원책으로 교토대학기금을 설립했습니다. 오늘도 가족 여러분께 이 기금에 대한 안내 자료를 나눠 드렸습니다. 입학 기념 특별 기획도 마련되어 있으니 아무쪼록 나눠드린 안내 자료를 봐 주시고 협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