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대학원 입학식 축사 (2018년 4월 6일)

제26대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

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석사 과정 2,350명, 전문직 학위 과정 326명, 박사(후기) 과정 891명 여러분, 입학 축하드립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나가오 마코토(長尾真) 전 총장님, 참석해 주신 부학장, 연구과장, 학사장, 교육부장, 연구소장과 함께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 지금까지 여러분을 지원해 주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 드립니다.

이제 여러분은 학문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각 학문 분야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교토대학에는 다양한 학문 분야 대학원이 설치되어 있으며 총 24종의 학위가 수여됩니다. 18개 연구과, 13개 부설연구소, 14개 교육연구시설이 여러분의 배움을 지원합니다. 석사 과정에서는 강의를 듣고 실습과 필드워크를 통해 학부에서 배양한 기초 지식/전문 지식에 더해 더욱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갈고 닦는 것이 요구됩니다. 전문직 학위 과정에서는 강의 외에 실무 실습, 사례 연구, 현지 조사 등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로부터 배울 기회가 많아집니다. 박사 후기과정에서는 논문을 쓰는 것이 중심이 되어 이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선행 연구와의 비교 검토가 반드시 필요해집니다. 또 현대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적인 지식과 기술 습득을 추구하는 5개 리딩 대학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대학원에서 고도의 학문을 공부하는 여러분은 앞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에 맞서 나가야 합니다. 인류세Anthropocene라는 말을 아시는지요? 이는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Paul Crutzen과 생태학자인 Eugene Stoermer가 2000년에 제창한 새로운 지질연대 구분입니다. 거대 운석 충돌로 인해 지구가 한랭화되고 공룡이 멸종하면서 포유류의 시대로 불리던 신생대가 시작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6,500만년 전입니다. 신생대 제4기인 플라이스토세는 지금으로부터 258만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빙하기가 끝난 1만 1,700년 전부터 홀로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홀로세를 산업형명 이후의 인류세와 구분짓자는 것입니다. 이는 James Watt의 증기기관 발명으로 시작된 화석 연료의 과도한 사용이 대기의 조성을 바꿨으며, 그 이후의 인위적 개입에 의한 대규모 육상 및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일으켰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또 공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원자력이 등장한 제2차 세계대전 후 시점부터 인류세를 경계짓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대규모 삼림 벌채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소실, 유독성 화학 물질에 의한 오염, 과도한 개발로 인한 하천과 호수 고갈 등으로 인해 지구 환경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악화되었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2009년에는 인류의 활동이 어느 역치를 넘어 버린 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이며 급격한 환경 변화'의 위험성이 있다는 개념하에 지구 시스템에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이라는 9개 지표 제창이 이루어졌습니다. 실은 이 중에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파괴, 질소와 인의 과잉 공급, 지표 환경 변화 등 4개 영역에 대해서는 이미 한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5년 채택된 파리 협정은 산업혁명 전부터의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인간 활동을 어떻게 억제하며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인류세라는 개념은 자연과 문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이라는 이분법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인위적 힘이 미치지 않은 자연은 없으며, 인간 사회와 정치도 자연과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 손에 의한 경작지와 목장은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지구상의 대형동물 중 90% 이상이 가축입니다. 인간의 인구가 72억을 넘었을 뿐 아니라, 돼지는 10억, 소는 15억, 닭은 500억 마리로 늘어나 자연을 바꿔 놓고 야생 동물들의 삶을 빼앗아 왔습니다. 또 우리 신체와 오감이 자연과 떼 놓을 수 없는 것이라면 오늘날 자연의 대규모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토피성 피부염, 꽃가루 알레르기, 메밀 알레르기, I형 당뇨병 등 사람의 면역 체계와 관련 있는 질병과 위장 질환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자폐증, 강박성 장애 등 마음의 병도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런 '21세기형 질병'은 20세기 중반에 선진국에서 진행되었던 약제를 이용한 위생 환경 개선이 장내 세균의 양과 밸런스를 크게 무너뜨린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하여간 사람 장 속에는 1,000종 이상의 장내 세균이 약 100조 개나 존재하며, 그 무개는 약 1.5kg에 이릅니다. 게다가 피부 표면이나 입, 코 등 습윤한 부위에서도 방대한 수의 세균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균들의 유전자는 약 300만 개나 되며 사람의 총 유전자 수인 2만 1천 개의 100배 이상에 이릅니다. 사람의 몸은 이러한 세균과 미생물의 집합체로, 장내 세균 유전자는 인간 유전자와 협력해 에너지 섭취와 저장 작용을 일으키며 비만이나 질병에 대한 저항성, 뇌 기능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칩니다. 사람의 유전자와는 달리 단세포 생물인 세균의 유전자는 환경 변화에 따라 극적으로 변화해 문제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인간은 다양한 환경에 진출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공생 관계가 무너지면 사람은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이 지구의 주인은 미생물입니다. 그들은 인간보다 훨씬 먼저 태어났으며, 토양, 수권, 대기권 등 모든 곳에 생식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인간은 멸망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안정된 무한 자원을 사용해 인간의 세상을 넓혀 나간다는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이 바로잡히면서 인간은 다른 생물과 복잡한 관계를 구축하며 취약한 지구와 잘 지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습니다. 앞으로의 과학 기술은 인간만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과 다른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 창출을 도모해야 합니다. 과연 유전자 변형이나 유전자 편집 기술, 정보통신 기술이나 인공지능이 그 길을 열어 줄 수 있을까요? 새로운 사상과 기술이 어떤 산업과 접목되어 세상을 만들지에 지금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대학은 그런 협동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교토대학은 사회에 바로 도움이 되는 연구만을 장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교 이래 대화를 근간으로 한 자유로운 학풍을 전통으로 독창적인 정신을 함양해 왔습니다. 이는 다양한 배움과 새로운 발상에 의한 연구 창출로 이어져 미래의 과제를 해결하는 결과로 이어져 왔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전문성 높은 연구의 길에 들어서게 될 텐데 이는 좁은 길을 따라 앞으로만 전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학우들,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대화를 통해 자기 발상을 연마하는 것이 진리의 길로 통하게 됩니다. 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여러분도 언젠가는 자기 전문이 아닌 다른 학문 영역에 눈을 돌리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에 필적하는 눈부신 활약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흥미가 이끄는 대로 연구 생활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토대학은 그에 걸맞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생이 산업계에 취직하기 어렵다고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국제화되어가는 가운데 박사 학위를 지닌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원 재학 중에 기업의 실천적 현장을 아는 것이 중요하므로 본교도 산학 협동 이노베이션 인재 육성 컨소시엄 사업의 일환으로 많은 기업들이 참가한 중장기 인턴십 및 매칭을 진행 중입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에 산업계 현장을 경험하고 자신의 역량과 연구 내용에 맞는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자 합니다. 또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역량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 최고 수준 대학들과 복수학위 및 공동학위를 늘리고자 합니다. 현재 교토대학은  하이델베르크, 방콕에 해외 거점을 두고 유럽과 아시아 대학들과의 연계를 강화시키고 있으며 북미에도 거점을 설치해 대학 간 교류의 장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미 교토대학의 많은 부국들은 전 세계에 연구자 교류 네트워크 및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이들 거점을 활용하며 공동 연구 및 학생 교류를 촉진시켜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제고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처럼 교토대학은 교육과 연구 활동을 더욱 내실화해 학생 여러분이 안심하고 알찬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한 지원책으로 교토대학기금을 설립했습니다. 오늘도 가족 여러분께 이 기금에 대한 안내 자료를 나눠 드렸습니다. 입학 기념 특별 기획도 마련되어 있으니 아무쪼록 나눠드린 안내 자료를 봐 주시고 협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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