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학부 입학식 축사 (2017년 4월 7일)

제26대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

오늘 교토대학에 입학하신 2,930명 여러분, 입학을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이무라 히로오(井村裕夫) 전 총장님, 마쓰모토 히로시(松本紘) 전 총장님, 명예교수님, 참석하신 부학장, 학부장, 부국장 및 교직원과 함께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여러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여러분을 지원해 오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 드립니다.

이곳 교토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교토대학은 그 동쪽 끝에 위치해 요시다산과 다이몬지산이 가까이 보이는 풍광명미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계절에는 여러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신록이 산들을 물들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선명한 색채에 마음 설레며 새로운 배움터와 일터에서 그 때까지 쌓아 온 기력과 체력을 발휘해 활동 무대에 임하게 됩니다. 오늘 입학식에 오신 여러분도 이런 봄의 밝은 빛과 촉촉한 바람을 타고 새로운 활약의 무대에 막 오르시려는 거라 생각합니다. 교토대학은 이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동시에 여러분이 이 교토대학에서 세계를 향해 날개짓할 역량을 갈고 닦으시길 기원합니다.

교토대학은 1897년 창립된 이래 '자중자경(自重自敬)' 정신을 토대로 자유로운 학풍을 구축하고 창의적인 학문의 세계를 열어 왔습니다. 지구 사회의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하는 것도 교토대학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지금 세계는 20세기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동서 냉전이 종언을 맞으며 해소될 줄 알았던 세계의 대립 구도는 민족 간, 종교 간 대립으로 인해 더욱 복잡하고 가혹해졌으며 지구 환경 악화는 가속화되고 예상치 못한 대규모 재해와 치사성 전염병이 각지에서 맹위를 떨치며 금융 위기는 국가 경제와 사람들의 생활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런 풍파 속에서 교토대학이 창립 정신에 입각해서 어떻게 이 국가와 사회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교토대학은 자학자습(自学自習) 정신을 기조로 하며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학문의 중심지로 남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교토대학은 고요한 학구의 장임과 동시에 세계와 사회로 통하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대학은 창'이라는 표어 아래 창에서 이름을 따서 WINDOW 구상을 만들었습니다. 즉 대학은 세계와 사회로 통하는 창이며 이를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 열어 학생들의 등을 살짝 밀어 내보내는 것을 전교의 공통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각 철자를 따서 Wild and Wise, International and Innovative, Natural and Noble, Diverse and Dynamic, Original and Optimistic, Women, leaders in the Workplace를 행동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캠퍼스는 대학 구내에 그치지 않습니다. 교토대학은 일본 전국에 많은 부설연구소와 연구센터를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도 50개 이상의 연구 거점이 있습니다. 이런 연구소와 거점에서 실험과 필드 워크에 참여하고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 교토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역량을 갈고 닦음으로써 드디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로 자라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발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196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가 있습니다. 작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Bob Dylan의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인간으로 인정받으려면 사람은 대체 얼마나 걸어야 할까?”
라는 물음으로 시작되는 노래입니다. 그리고

“How many ears must one man have
Before he can hear people cry?

사람들의 슬픔을 듣기 위해서 사람은 대체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할까?

How many deaths will it take till he knows
That too many people have died?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죽음이 필요한 걸까?”
라고 이어집니다. 이는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친구여, 답은 바람에 날리고 있어”
라는 말로 끝납니다.

이 노래는 Bob Dylan이 21살 때 만들었는데 '답은 바람에 날리고 있다'는 것은 '답은 책에도 나와 있지 않고, TV 속 지식인의 토론에서도 얻을 수 없다. 바람 속에 있으며 그것이 땅 위에 떨어져도 아무도 잡으려 하지 않으니 다시 날아가 버린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또 그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How many times can a man turn his head
And pretend that he just doesn’t see?”

그렇습니다. 이 노래는 잘못인 줄 알면서 그 잘못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는 1960년대에 일어났던 미국의 공민권 운동에 대한 찬가로 일본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대학에는 아직 답이 나지 않은 물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물음을 깨닫기 위해서는 이기적인 생각을 벗어 버리고 이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이란 지금까지 당연시되어 왔던 생각에 의문이 생겼을 때,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됩니다. 어떤 반발이 있더라도, 엉뚱한 생각이라고 비웃음을 사더라도, 바람에 날리는 답을, 용기를 내서 낚아채야 합니다. 지금까지 교토대학은 이런 정신으로 많은 새로운 발견과 독창적인 개념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선생님은 교토대학 교관 연구 집회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내재된 진리를 탐구하고, 진리를 발견해서, 학생들에게, 후진들에게, 그리고 학교 외부 사람들에게도 진리를 전달하는 것이 대학의 본래 사명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에는 대학의 지식은 사적인 이익 추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공공을, 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긍지가 담겨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대는 국제화의 시대라 일컬어집니다. 여러분이 미래에 활약하게 될 무대도 일본이라는 나라를 크게 벗어나 전 세계에 펼쳐져 있습니다. 지구 사회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자연 자원이 많지 않은 일본은 첨단 과학기술로 인간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기를 개발해 잇따라 이를 세계에 전파해 왔습니다. 해외로 진출하는 일본 기업이나 해외에서 일하는 일본인은 최근 급격히 증가했으며 일본 기업이나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수도 증가 일로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흐름을 타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은 물론 해외 여러 나라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잘 알고 상대에 따라 자유자재로 화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광범위한 교양을 갖춰야 합니다. 이과 계열 학문을 공부하고 기술 부문에 취직한다 해도 국제적인 협상에서는 다양한 문과적 지식이 필요해지며, 문과 계열 일을 하면서 이과 계열 지식이 필요한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세계와 일본의 역사를 잘 알고 전문가 수준의 질 높은 지식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국제 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교토대학은 전교 교수들의 협력을 얻어 질 높은 기초/교양 교육 실천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학문의 다양성과 계층성을 고려해서 클래스 배당 과목과 코스 트리 등을 고안해 교수와의 대화 및 실천을 중시한 세미나 및 소인원 세미나를 배치했습니다. 외국인 교수도 대폭으로 늘려 학부 강의와 실습도 영어로 실시하는 과목을 설치했습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에서 실천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5개 리딩 대학원 프로그램을 가동 중입니다. 작년4월에는 첨단적 학술 허브로 고등연구원을 설치해 교토대학의 학문을 통해 전 세계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기로 했습니다. 또 작년부터 기존 유학 코스와 함께 본인이 직접 기획해 실행하는 '오모로 챌린지'(오모로: '재미있는'이라는 의미의 간사이 지방 방언)라는 체험형 유학을 신설했습니다. 대학에서의 배움뿐 아니라 외국의 문화와 자연을 직접 체득하는 필드워크형 기획입니다. 외국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배움의 장에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독창적인 역량을 키워 나갈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제가 매우 좋아하는 시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본인이 가장 예뻤던 청춘 시대를 전쟁 중 학도 동원과 패전 후 폐허 속에서 보낸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子)의 '6월'이라는 시입니다.

' 어딘가에 아름다운 마을은 없나
하루 일이 끝나고 나면 한 잔의 흑맥주
괭이를 세워 두고 대바구니를 내려놓고
남자도 여자도 커다란 맥주잔을 기울이는

어딘가에 아름다운 거리는 없나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달린 가로수가
어디까지나 이어지고 진보라색 석양은
젊은이들의 부드러운 웅성거림으로 차고 넘치는

어딘가에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과의 힘은 없나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친밀함과 이상함과 그리고 분노가
날카로운 힘이 되어 모습을 드러내는
'

이바라기 노리코가 찾던 아름다운 마을과 거리를, 저는 대학에 만들고자 합니다. 교토대학은 제2차 세계대전 때 4,5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학도 출진에 내보냈으며 확인된 것만으로도 학생 260명을 전사자로 잃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지구 사회의 조화로운 공존을 실현하기 위해 우선 대학을 누구나 살아가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원래 20세 이상 국민에게 주어졌던 선거권 연령이 18세로 낮아졌습니다. 교토대학에 입학하신 여러분 모두가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바라기 노리코 시절에 선거권을 가지고 있던 것은 25세 이상 남성뿐으로 많은 대학생들에게는 정치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학도 출진에 참가한 학생들은 자기 의지가 아니라 윗 세대 결정에 따라 전쟁에 끌려갔던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본인이 놓인 환경에 대해, 그 옳고 그름에 대해, 그 정치적 판단에 대해, 직접 표를 던져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사실을 부디 마음에 새겨 주셨으면 합니다.

교토대학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교육과 연구활동을 더욱 내실화해 학생 여러분이 안심하고 알찬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한 지원책으로 교토대학기금을 설립했습니다. 오늘도 가족 여러분께 이 기금에 대한 안내 자료를 나눠 드렸습니다. 입학 기념 특별 기획도 마련되어 있으니 아무쪼록 나눠드린 안내 자료를 봐 주시고 협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교토대학에서 대화를 통해 많은 학우들과 교류하며 미지의 세계를 즐기고 만끽하시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 속 내용은 Bob Dylan의 'blowin' in the wind' 에서 인용)
(‘ ' 는 이바라기 노리코 '보이지 않는 배달부' (반총서점, 1958년) 에서 인용해 한국어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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