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박사 학위 수여식 축사(2016년 9월 23일)

제26대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

오늘 교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실 190명 여러분,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학위 취득자 여러분 중에는 유학생 58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토대학이 수여한 박사 학위는 이로써 누계 42,746개가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이사, 부학장, 연구과장, 학관장, 학사장, 이사보를 비롯한 교직원 일동 모두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토대학이 수여하는 박사 학위는 박사(문학)와 같이 각 전공 분야가 설정되어 있으며 총 22종에 이릅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여러분이 밤낮으로 절차탁마하며 역량을 갈고 닦아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을 저는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학위 수여는 여러분의 지금까지의 노력의 도달점이며 앞으로의 인생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오늘 수여된 학위가 앞으로 인생의 길을 열어 나가는 데 있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저는 총장에 취임한 이래 대학을 사회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창으로 삼는 WINDOW 구상을 제창해 왔습니다. 세상이 대학에 기대하는 교육, 연구, 사회공헌이라는 세 가지 역할 중 교육을 대학 전체의 공통 미션으로 삼고 전교 차원의 협력하에 유능한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의 역량을 키워 각자 활약할 수 있는 장으로 내보내 왔습니다. WINDOW 구상의 첫 글자 W는Wild and Wise, 야생적이고 현명한 역량의 육성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I는 International and Innovative, 글로벌 무대에서 독창적인 생각을 전파하며 스스로 판단해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 나가고자 합니다. N은 Natural and Noble, D는 Diverse and Dynamic, O는 Original and Optimistic, 마지막 W는 Women and Wish입니다.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여러분이 아무쪼록 그 모범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또 WINDOW 구상은 여성의 활약을 지원해 희망 있는 사회를 구축해 나가기를 주창하며 남녀 공동 참여 추진 액션 플랜을 제시했습니다. 오늘 학위를 받으신 여러분 중에는 46명의 여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수는 해마다 증가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살려 남녀가 차별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분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오늘 학위가 수여된 논문에 대한 보고서를 훑어보니 교토대학다운 보편적 현상에 착안한 다채롭고 심도 깊은 기초연구가 많다는 인상과 함께 오늘날 세계의 동향을 반영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글로벌화에 따른 국제법 정비, 이문화 교류에서의 관광 전략,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양상, 정보기술, 지구 규모의 기후변화와 재해,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책, 마음의 병을 포함한 많은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등입니다. 대부분의 연구 주제는 제가 몸담은 학문 분야를 벗어난 것이라 제 이해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지만 그 중에도 제가 흥미를 느낀 논문을 몇 개 소개하고자 합니다.

법학연구과 야마다 다쿠헤이(山田卓平) 씨의 '국제법상 긴급피난'은 의무적 재판을 전제로 할 수 없는 국제사회에 있어서 긴급 예외의 필요성과 그 기능을 분석합니다. 기존의 국가 긴급사태에 이 예외가 어떤 식으로 작용해 왔는지 검증하고 현재 상황에서 실천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규범 내용을 더욱 치밀화, 명확화할 것과 국가책임법 체계의 재검토 및 개별적 긴급 예외 규칙 정비의 필요성을 제언합니다.

인간/환경학연구과 Daniel Jerome Milne 씨의 'Discourses of Japan in Anglophone Tourist Guidebooks: Transformations and Continuities Since the End of the 19th Century'는 19세기 말부터 현대까지 일본,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 발간된 영어 관광 가이드북에 일본이 어떻게 그려져 왔는지 분석합니다. 영어권에서는 투어리즘의 발전이 식민지주의 확대 및 국제정치 동향과 강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서양이 일본을 보는 시각에도 오리엔탈리스트적인 요소가 존재합니다. 이는 투어리즘의 대중화와 일본의 군사력 및 정치력 증대에 따라 변화했으며 2차대전 후에는 여성성을 강하게 드러내던 일본이 더 나아가 현대에는 초모던한 것과 전통적인 것의 혼합체를 상징하게 되었는데 이런 부분에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다양한 오리엔탈리스트적 영향이 있다고 고찰합니다.

공학연구과 미야노 준코(宮野順子) 씨의 '고령자 공동거주에 적합한 주택 운영기법에 관한 연구'는 부모 자식이나 배우자 등 사회적 유대 관계가 있는 개인이 감소하는 가운데 공동거주가 성립하기 위한 상황적 요인을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고찰하고 향후 운영을 위한 식견으로서 (1) 거주자의 주체성에 기대하지 말고 교류의 기회를 마련할 것 (2) 고령자들 간에도 세대를 혼재시킬 것 (3)장기 거주를 지향하는 구조를 만들 것 (4) 제삼자의 시선을 가질 것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정보학연구과 미쓰나가 다쿠호(満永拓邦) 씨의 'Cryptographic Protocols for Secure Electronic Commerce'는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암호 이론에 기반해 다각적인 관점에서 안전한 전자상거래 구현을 고찰합니다. 온라인 옥션 보안에 효율적인 프로토콜, 비정상 플레이어에게 벌칙을 가하는 퍼니시먼트 전략, 전자상거래를 시스템으로 구현했을 때 보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Web Storage라는 기능을 이용한 안전한 인증 방식을 제안합니다.

지구환경학사 시오노사키 가즈미(塩野崎和美) 씨의 '아마미오시마의 외래종 집고양이가 희소 재래 포유류에 미치는 영향과 희소종 보전을 목적으로 한 대책에 대한 연구'는 집고양이의 생태학적 연구와 집고양이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과 의식을 파악하는 사회학적 연구를 결합시켜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검토합니다. 집고양이가 희소 포유류인 아마미검은멧토끼, 아마미가시쥐, 곰쥐를 주된 먹이로 삼고 있는 점, 삼림부 전역에서 800마리가 넘는 들고양이(야생 생물을 먹이로 하는 집고양이)가 서식하며 연간 약 1만 마리의 아마미검은멧토끼가 포식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는 충격적입니다. '애완 고양이 적정 사육 조례'에 정해진 '먹이주기 금지'로 인해 주인 없는 집고양이의 먹이 자원으로서 야생동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민 의식의 향상과 적정한 조례 개정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합니다.

이 논문들은 현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날카로운 분석의 칼로 해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제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적절한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제목만 봐도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져 내용을 읽고 싶어지는 논문과 제 이해력을 초월한 수많은 훌륭한 연구가 학위 논문으로 완성되어 있어 저는 그 다양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런 다양성과 창의성, 첨단성이야말로 앞으로의 세계를 바꾸는 사상과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교토대학은 연구 대학으로서 세계에서 으뜸가는 실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노벨상 9명, 필즈상 2명을 비롯한 여러 국제상 수상자가 바로 그 증거로서 교토대학의 큰 자랑입니다. 하지만 교토대학의 연구에는 또 다른 자랑할 만한 실적이 있습니다. 지난 7월 저는 아프리카 케냐공화국의 수도 나이로비를 방문했습니다. 여기에는 일본학술진흥회의 연락사무소가 있는데 올해 50주년을 맞아 이를 축하하는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습니다. 저는 1980년부터 1982년까지 그곳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으며 교토대학은 오랫동안 많은 연구자들을 주재원으로 파견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교토대학 아프리카 동창회를 결성하자는 생각이 들어 아프리카 각지에서 교토대학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여 주셔서 교토대학에 있던 시절 공부하고 연구하던 에피소드로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매우 인상에 남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든 분이 하나같이 스스로 연구 주제를 찾아내고 이를 발견으로 연결시켜 새로운 이론으로 완성시키는 데 엄청난 수고를 들였다는 것,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많은 동료를 얻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로비 교외에는 조모케냐타농업기술대학이라는 대학교가 있습니다. 이 학교는 1978년 JICA 원조를 받아 건설이 시작되었고 당시 케냐 대통령 이름을 따서 과학기술을 통한 국력 증강을 목적으로 창립된 대학입니다. 최근 국제개발저널사에서 간행된 '아프리카에 대학을 만든 사무라이들'에 따르면 창설 초기부터 교토대학은 많은 연구자와 교수들을 파견해 이 대학을 세우는 데 전면적으로 협력했습니다. 1978년이라 하면 제가 처음 아프리카 땅을 밟은 해이기도 해서 오가는 길에 나이로비에도 며칠 체류했습니다. 그 때는 대학을 만든다는 큰 사업에 제가 속한 대학의 교수님들이 몸담고 계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십 수 년이 지난 2000년 드디어 JICA로부터 케냐정부로 정식 인도가 이루어졌는데 그 사업에 처음부터 관여했던 나카가와 히로지(中川博次)라는 교수님이 계십니다. 당시 교토대학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서 초안 입안부터 대학이 완성될 때까지 변함 없이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셨습니다. 나카가와 교수님은 퇴관 기념 강연에서 "교토대학에는 노벨상뿐 아니라 또 하나 전통이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자진해서 변경 지역으로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선다는 전통입니다. 교토대학에는 인도에 한센병 구나(救癩) 센터를 만드신 미야자키 마쓰키(宮崎松記) 교수님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난제 해결을 위해 헌신한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게다가 그 중 다수가 교토대학에서 배양한 독특한 정신 풍토에 의해 성과를 올렸습니다.

그 일례가 조모케냐타농업기술대학입니다. 당시 케냐에서는 공업과 산업 전문가를 육성하는 학교라면 그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국가시험을 재학 중에 치러야 했습니다.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면학의 목표가 되었고 많은 학교가 합격률을 서로 다투었습니다. 하지만 나카가와 교수님 측은 그렇게 해서는 학생들이 사고하는 힘을 기를 수 없다며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과목에 중점을 둔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케냐 정부 교육 담당자로부터 '교과 과정에 없다'고 반발을 샀으며 학생들도 '국가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합니다. 하지만 나카가와 교수님 측이 단호하게 이런 기초교육을 추진한 결과 점차 학생들에게 사고하는 힘이 생기기 시작해 오히려 국가시험 합격률이 높아진 데 그치지 않고 혁신 창출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방안들이 주효해 1994년에는 본격적으로 독립적인 대학 유니버시티 칼리지로 승격해 박사 과정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케냐의 농업과 공업을 견인하는 많은 기획을 창출해내며 창업가도 여럿 배출했다 들었습니다. 바로 교토대학의 정신이 아프리카에서 한 나라를 이끄는 대학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이는 우리 교토대학의 커다란 자랑임과 동시에 오늘 학위를 취득한 여러분도 이 성과를 하나의 이정표로 삼아 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학위 논문은 미래 세대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며 여러분이 남기는 발자취는 다음 세대의 목표가 됩니다. 여러분이 교토대학에서 배양한 연구자로서의 자긍심과 경험을 살려 아무쪼록 찬란히 빛나는 인생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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